노조 8번째 파업으로 사측 압박
상반기 이어 하반기 실적 '캄캄'
[미디어펜=최주영 기자]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서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8번째 부분파업에 나섰다. 올해로 6년째 지속된 노조 파업에 완성차 업계에서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외면한 지나친 집단이기주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1조 근무자들이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오후 8시 20분부터는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2조 근무자들도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아울러 노사는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30차 임단협 타결을 위한 사실상 막판 교섭도 진행한다.

   
▲ 현대차 노사가 지난 4월 20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대차 관계자는 "이달 말에 선고를 앞둔 통상임금 문제도 안갯속에 빠진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은 말 그대로 회사 경영의 불확실성에 불을 지피는 행위"라고 말했다.

현대차 임단협‧ 8번째 부분파업 돌입

이날 현대차 노사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을 위한 교섭)에서는 임금 인상, 완전한 주간 연속 2교대제, 해고자 복직 등의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회사는 최근 노조와의 두 차례 교섭에서 임금 부문에서 호봉 승급분(정기 승급분 + 별도 승급분 1호봉 = 4만2879원) 지급을 제외한 기본급 인상 불가, 성과금 200% + 100만원 지급안과 함께 단체 개인연금 5000원(현재 2만원) 인상, 성과금 50% + 일시금 40만원 + 복지포인트 10만 지급 등 추가안도 제시했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했다.

노조는 사측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즉각 거부 의사를 밝히고 부분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앞서 10일부터 25일까지 7차례 부분파업을 실시한 바 있다. 회사는 차량 3만여 대를 만들지 못해 6200여억원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주간연속2교대제 8+8시간 완성, 해고자 원직 복직,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보장 합의 체결 등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정오부터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전체 조합원 보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아차 노조도 마찬가지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2일 한 차례 부분파업을 진행했지만, 이후 파업은 오는 31일 예정된 법원의 통상임금 선고까지 지켜본 후에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광주 고법이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성실의원칙을 적용해 사측에 손을 들어준 사례가 있어 노조에 다소 불리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생산량이 급감했던 것처럼 올해도 노조가 파업을 감행할 경우 그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24일동안 진행된 파업으로 차량 14만2000대를 생산하지 못해, 3조1000억원의 피해를 입었고 기아차도 23일에 걸친 파업으로 11만3000대, 2조2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생산차질 지속에 하반기 영업이익도 '캄캄'

현대차의 이번 노사 임단협은 8월 타결을 위한 마지막 교섭이지만 실적 부진으로 회사 측이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현대차의 이번 노사 임단협은 8월 타결을 위한 마지막 교섭이지만 실적 부진으로 회사 측이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사진=현대자동차노동조합 제공


현대차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조59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4% 줄었다. 2014년부터 꾸준한 감소세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이 지난 18일 24차 임단협 교섭에서 “과거 현대차가 급성장할 때 누리던 고임금 요구 시대는 지났다”며 “노조는 회사가 직면한 위기를 제대로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에서 판매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가운데 파업 장기화로 수출마저 차질을 빚게 될 경우 하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상반기보다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윤 사장은 “올해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하고, 이에 따른 생산 오더(주문)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특근도 필요 없는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측이 우려하는 근거는 또 있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근로시간 제한, 통상임금 문제,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경영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액으로 기본급 월 15만4883원, 순이익 30%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한 상태다. 이를 총 연봉 상승액으로 계산하면 1인당 3000만원 수준이다. 

현대차 노조 평균 연봉이 9400만원 가량 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요구는 타 업계 노동자들에게도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수년째 실적악화를 겪고 있는 현대차 노조가 이같은 상황을 외면하고 파업을 실시하는 점은 유감”이라며 “회사의 경영실적과 대내외 글로벌 시장경쟁력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최소한 지난해만큼 받아내겠다는 노조의 생각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경고했다.

산업계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땐 상황 더 악화"

산업계에서는 또 이달 말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결과를 앞둔 상황에서 사측이 패소하면 당장 3분기 수천억원을 충당해야 하는만큼 영업이익 적자 전환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완성차 관계자는 "사드사태 이후 사실상 차입경영을 하고 있는 기아차가 적자까지 맞게 되면 국내외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유동성 부족과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플랫폼과 연구개발은 물론 자재와 부품 공급 등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왔지만 이 또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해 인건비 등 고정비가 상승할 경우 기업은 투자와 채용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경영상황 악화시 구조조정을 통한 인위적인 인력감축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부품사의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타격이 가해진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회사의 1차 협력업체 300여개사의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인원은 542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5888명보다 8%나 감소한 수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아차를 포함해 현대차와 대한항공, 현대중공업 등 35개 기업이 현재 노조 등과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해 최대 8조3673억원의 추가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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