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증권사들 실적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채용을 확 늘릴 정도는 아직 아닙니다. 이번 채용 증가세는 어느 정도 정치적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고 봐야겠고,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A증권사 관계사)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해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들이 채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의 고용 증가세는 정권 ‘눈치 보기’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혈적인 ‘수수료 무료’ 경쟁 등을 고려했을 때 증권사들의 채용 증가세가 지속성을 띠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 1관에서 열린 청년희망 실현을 위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모습 /사진=미디어펜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기대보다 큰 규모의 채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지난 13일 금융공기업·은행·보험사·증권사·카드사 등 53개 금융회사가 ‘청년희망 실현을 위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일단 한국투자증권이 약 100명 정도의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한투 인사 담당자는 ‘우수한 인재가 지원하는 만큼’이라는 전제 하에 채용을 더 확대할 의사도 드러냈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신입과 경력을 포함해 약 80명 규모의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상반기에 134명을 채용한 KB증권은 하반기에도 60명의 신입 직원을 뽑는다. 이 밖에 신한금융투자와 삼성증권이 70여명 규모의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2014년 이후 채용을 진행하지 않은 NH투자증권조차 올해 하반기 대졸 20명, 업무직(고졸) 1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연이은 증권사들의 채용 확대계획에 대해서는 우선 ‘실적 개선’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국내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작년 상반기 4871억 46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 116억 24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여유가 생긴 만큼 채용계획을 늘려 잡을 수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증권사들이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다소 ‘무리’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쉽게 말해 새 정부 정책에 맞춰 '눈치껏'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이 개선됐다 해도 모든 회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채용을 늘리는 건 일자리 정책을 숙지하고 있다는 ‘사인’을 정부에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이 나란히 채용을 늘리며 ‘모범’을 보인 것도 한몫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작년보다 5명 증가한 40명을, 한국예탁결제원은 작년 대비 2배에 가까운 39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증권사들에 은근한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이와 같은 증권사들의 채용 확대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타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다수 증권사들이 ‘수수료 무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업계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준다”면서 “올해 늘린 채용이 내년이나 내후년 과도한 감원이나 채용 축소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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