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위한다는 명분, 아버지의 뜻이라며 오히려 롯데 가치 떨어뜨려...롯데 한 가족 소유물 아냐
   
▲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영진 유통팀장] 지난 12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한 홍보대행사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롯데 계열사(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소유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롯데의 지주사 전환을 위해 진행된 임시주주총회 안건에 반대했던 신 전 부회장은, 주총 결과가 자신의 뜻과 맞지 않았던 탓인지 그 불만의 표현으로 주식을 파는 것처럼 비춰졌다. 마치 철 없는 어린 아이가 자기 마음에 안들면 울어버리고 먹던 걸 집어 던지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신 전 부회장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임시주주총회 결과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4개 기업의 미래에도 좋지 않다"며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3개 기업은 롯데쇼핑과 합병해서는 안 되며 롯데쇼핑이 중국시장에서 즉각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 같은 결정은 단순히 주식을 파는 것이 아니며 이 회사들의 분할과 합병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주주의 권리로서 풋옵션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주식 매각이 경영권과 관련된 사안과는 별개이며 경영권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는 이해하기 힘든 말을 적어 놨다. 기자들은 그 배경이 궁금해 홍보대행사에 전화를 했지만 그들은 일회성으로 자료만 배포했을 뿐 추가적으로 아는 사항이 없다는 답변을 했다. 

기자들은 이번 신 전 부회장의 주식 매각이 어떤 배경과 의미가 있는지, 또 롯데 임직원들과 주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매우 궁금해 했지만 속 시원하게 답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SDJ코퍼레이션을 설립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자신이 롯데의 후계자이며 이는 아버지(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뜻이라는 점을 지속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의 신 전 부회장의 행동이 과연 자칭 롯데 후계자로서의 적절한 태도인지 묻고 싶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자세는 경영자로서 제대로 된 처신이 아니다. 

롯데는 매출 100조원에 달하는 국내 5대 그룹의 굴지의 기업이다. 이런 기업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의 할 말만 하고 일본으로 가버리고 귀와 입을 닫아버리는 태도는 어떤 누구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2년 가까이 진행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롯데는 롯데월드타워 완공과 롯데면세점 특허권 상실, 사드 사태, 최순실 국정농단 등 여러 이슈에 휘말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은 롯데의 경영 정상화보다 자신의 경영권 쟁취에만 관심을 보이는 행동을 보여 왔다.

경영권을 되찾아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주장하는 신 전 부회장은 롯데야 어찌되었건 자신의 경영능력과 노력 없이 거듭되는 주총 소집과 현 이사진 교체 등 경영 외적인 분야에만 올인했다.

그가 그렇게 좋아하는 '아버지의 뜻'대로 만약 신 명예회장이 한창 경영에 매진하고 있는 시기였다면 어땠을까? 신 명예회장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 라도 그룹 정상화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그동안 그룹 내외부에서 신격화돼 있었던 신 명예회장을 희화한 점도 큰 오점이다. 

롯데는 이제 한 가족의 소유물이 아니다. 18만명의 임직원들의 회사이자 한국 산업을 이끌고 있는 거대 기업이다. 더 이상 롯데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롯데 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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