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민주노총산하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이 2주째를 맞은 가운데, MBC 측이 특보를 통해 "회사 비방을 매도하는 데 작가, AD도 모자라 라디오 리포터까지 동원했다"며 나섰다.

MBC 측은 15일 특보를 통해 "이수림 리포터의 취재 내용이 단 1초도 나가지 못했다"는 언론노조MBC본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은 "막내 이수림 리포트가 취재해 <뉴스속으로> 코너에서 방송한 시간은 무려 406초, 6분 46초나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를 비방하고 매도할 수만 있다면 PD와 기자들이 참여한 언론노조 파업에 힘없는 파견 작가와 AD에 라디오리포터까지 동원하는 것이 '공영방송 정상화'인지, '갑질'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또한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를 낸 기자들은 모두 언론노조원이었다"면서 "반성과 책임을 느껴야 할 오보 당사자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오보가 오로지 모두 경영진에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비방, 매도하는 것을 보면 '추락한 양심'의 비애를 느끼게 한다"고 전했다.

MBC 파업 과정에서 나온 이재은 아나운서, 박연경 아나운서의 발언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MBC 특보 전문이다.


   
▲ 사진=MBC


회사 비방 매도에 작가, AD도 모자라 라디오 리포터까지 동원

지난 9월 12일 언론노조MBC본부 파업 집회에 라디오 리포터 9명이 등장했습니다. 언론노조 파업을 지지하고 MBC 비방을 위해 증언하는 자리였습니다.

이하나 라디오 리포터는 라디오가 망가져가는 모습을 직접 접하고 있기 때문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막내 리포터가 세월호 때 단원고에 나가 몇날 며칠을 열심히 취재했지만, 결국 윗선의 압박으로 1초도 방송되지 못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막내 리포터는 "너무 분하다고 펑펑 울었다"고 얘기했습니다. 

막내 리포터로 소개된 사람은 이수림 리포터고, 세월호 때 단원고에 취재를 나갔다는 것은 세월호 3주기 때의 취재였습니다.

이수림 리포터의 취재 내용이 단 1초도 나가지 못했다구요? 올해 4월 14일 금요일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방송된 목록과 내용을 봅시다.

<뉴스 속으로> '세월호 3주기... 안산 단원고 현장 가보니' (이수림 리포터)
<포커스> '세월호 인양... 남은 과제는?' (장창두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

막내 이수림 리포트가 취재해 <뉴스속으로> 코너에서 방송한 시간은 무려 406초, 6분 46초나 됐습니다.


이수림 리포터 방송 내용
세월호 유가족들 마음의 상처를 달래주기 위해 설치된 416 희망목공반에서 마음의 상처를 달래고 있다는 희생자 학생의 아버지 인터뷰,

세월호 사고에서 구조된 딸이 아직도 그날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응급구조학과에 진학했다는 아버지의 인터뷰, 유가족들의 심리치료를 하고 있다는 심리치료사의 이야기, 추모관 설립을 둘러싼 지역사회와 희생자 가족들 사이의 논란에 대해 '쉼과 힘'이라는 곳의 임남희 사무총장의 인터뷰 등 언론노조 구성원들은 세월호 '세'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는 허위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지만, 4월 14일 저녁 <세계는 우리는>에서는 단원고 기간제 교사였던 고 김초혜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 씨와 인터뷰도 나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3주기 때 단원고 취재 내용이 단 1초도 방송되지 못했다는 허위 사실을 증언하는 자리에, 정작 취재해 방송을 했던 이수림 리포터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한 방송도 기억을 못할 수 있나요?

업무 현장에서 파견 작가와 AD, 리포터 등은 사실상 PD와 기자들의 지시에 메일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 비방하고 매도할 수만 있다면 PD와 기자들이 참여한 언론노조 파업에 힘없는 파견 작가와 AD에 라디오 리포터까지 동원하는 것이 '공영방송 정상화'인지, '갑질'이 아닌지 되묻고 싶습니다.

   
▲ 사진=MBC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를 낸 기자들은 모두 언론노조원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MBC는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오보를 촉발했다는 언론노조, MBC 기자회, 진보단체, 당시 야당 등의 무자비한 비난에 시달려왔습니다. 회사는 오보 과정을 파악했지만, 경영진에 쏟아지는 비난 공세에도 관련 기자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보도가 시스템에 의해 생산되는 만큼, 개인 기자 책임만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보 과정이 당사자 사이에 실명으로 논란이 되고 회사게시판에 공표됨에 따라 사실 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 오보 과정을 밝힙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인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57분 한국일보 인터넷판에 '학생들 전원 구조'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습니다. 각 언론사 서울경찰청 출입기자들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고, 단원고에서 현장 취재하던 MBN 기자가 가장 먼저 "확인됐다"고 서울시경 기자에게 보고하면서 MBN부터 자막이 나갔습니다.

이어 MBC, SBS, YTN 등 언론사들이 몇 십 초 간격으로 '전원 구조' 자막을 냈습니다. MBC의 경우 사회2부 노재필 기자가 MBN 기자로부터 '전원 구조' 이야기를 듣고 단원고에서 취재하던 정동훈 기자에게 연락해 "맞는 것 같다"는 확인을 거친 뒤 회사에 있던 박민주 기자에게 전달했다고 말합니다. 

박민주 기자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 전원 구조"」라는 자막을 작성해 직접 그래픽실로 가져가 방송하도록 했습니다. 당시 그래픽실에는 주간뉴스부 양효경 기자가 방송 전 자막을 확인하고 있었고, 특보 진행은 부조정실에는 윤효정 기자가 PD를 맡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전원 구조' 자막은 급하다는 이유로 데스크나 부장에 대한 보고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방송됐습니다. 보고됐다면 190여명 또는 107명을 구조했다는 직전 리포트 내용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제동을 걸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보 초반에는 목포MBC도 오보를 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양현승 기자가 오전 11시 9분 "구조되지 않은 나머지 승선원들은 전원 구명동의를 착용한 채 바다에 뛰어든 상태라는 내용도 들어와 있습니다"라고 보도했고, 오전 11시 24분 김윤 기자는 "해경에 따르면, 오늘 오전 11시 현재 161명을 공식적으로 구조했다고 밝혔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 직후인 11시 33분 서울 MBC 오현석 기자는 "세월호에 탑승한 학생은 325명이었고, 이 학생들은 모두 안전하게 구조했다고 정부가 밝혔습니다"라고 상반되게 보도했습니다. 

또 오전 11시 36분 목포MBC 양현승 기자는 "전원이 구조가 됐다는 소식은 이곳에서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전했지만, 1분 뒤 서울 MBC 염규현 기자는 "조금 전 경기교육청 대책반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은 모두 구조됐다고 밝힌 상태입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결국 엇갈리는 오보들은 당일 오후 2시가 넘어서야 겨우 종료됐습니다.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는 이처럼 노재필 정동훈 박민주 양효경 윤효정 오현석 염규현 기자 등에 의해 만들어지고 확대됐습니다. 모두 언론노조MBC본부 조합원들입니다. 물론 오보에 대해 회사 경영진과 당시 보도국 지휘부가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 함께 반성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할 중대한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회사는 오보 당사자들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문책하지 않았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신속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다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또 정치권 등 외부에서 회사와 경영진에 대해 온갖 비난을 쏟아내도 감내해 왔습니다.

그러나 반성과 책임을 느껴야 할 오보 당사자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오보가 오로지 모두 경영진에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비방, 매도하는 것을 보면 '추락한 양심'의 비애를 느끼게 합니다.


언론노조 전위대 '파업 아나운서'의 앞뒤 안 맞는 '약자 코스프레'

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 때마다 어김없이 전면에 등장하는 직종이 있다. 지명도가 있는 아나운서다. 프로그램 진행으로 얻은 유명세를 언론노조 파업 지원으로 최대한 탈바꿈시키겠다는 안간힘의 결과다.

이번 파업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각종 집회 현장에서 전면에 나서는 전위대 역할을 넘어 '약자 코스프레'까지 덧칠했다. 지난달 22일 파업에 앞서 방송 거부를 선언하면서 대부분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 의상을 입고, 눈물까지 흘리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에서 이재은 아나운서는 "뉴스를 전하는 사람으로서 확신을 가지고 사실을 전해야 하는데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는 뉴스, 수정하고 싶어도 수정할 수 없는 앵커 멘트를 읽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인지 의문이다. 이재은 아나운서는 주로 <주말 스포츠뉴스>와 <토요 MLB라이브>, <스포츠매거진>, <생방송 오늘 저녁> 등의 프로그램을 맡았다. 스포츠뉴스는 대부분 이미 결정된 경기 결과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기사이다. <생방송 오늘 저녁>은 외주 제작 생활정보 프로그램이다. 

스포츠 뉴스와 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는 뉴스"가 있었을까? "수정하고 싶어도 수정할 수 없었던 앵커 멘트"가 무엇이었을까? 앵커 멘트가 기사 본문 내용과 다르거나 틀린 부분이 있다고 의견을 내는 것이 당연하고, 그 의견이 맞다면 제작진이 수정하지 말라고 할 리도 없는데 말이다.

이재은 아나운서는 이어 울먹이면서 퇴직한 김소영 아나운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해 10월 <뉴스투데이>에서 갑자기 하차하게 된 이후로 무려 10개월 동안 방송을 할 수 없었다"며 "알 수 없는 이유로 배제 당했고 결국 떠밀리듯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소영 아나운서의 <뉴스투데이> 앵커 기용은 '복면가왕' 출연 인기 등 다재다능함을 활용해 아침뉴스의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톤이 낮은 목소리와 피곤한 탓인지 오히려 활기가 떨어지는 진행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톤이 높은 남자 앵커와도 맞지 않았다. 

편집부에서 여러 차례 좀 더 활기찬 진행을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경쟁사는 이미 여성 앵커 교체와 코너 신설 등으로 <뉴스투데이>의 경쟁력을 위협해 왔다. 결국 편집부는 <뉴스투데이>의 쇄신과 활력을 위해 오디션을 거쳐 새로운 앵커로 교체했다.

박연경 아나운서는 집단 기자회견 다음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언제부터인가 뉴스의 아이템이 다양하지 않고 진실하고 공정한 방송이 보도되지 않아 뉴스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불편한 마음이 컸다"고 주장했다.     

박연경 아나운서 역시 평일 스포츠 뉴스를 오랫동안 진행해 오다 불과 2개월 전인 올 6월에 당당하게 오디션을 거쳐 주말뉴스데스크 앵커로 선발됐다. 앵커를 맡은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고 그 사이 주말뉴스의 특별한 변화도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불편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언론노조MBC본부의 예외 없는 파업 참가 요구에 응하는 것이야 노조원으로서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갑자기 태도를 돌변시켜 자신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비방 매도하고, 상복(?)과 눈물의 '약자 코스프레'를 하면서까지 파업의 전위대 역할을 해야만 추후 MBC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2017. 9. 15
㈜문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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