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정부가 카드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던 카드사를 달래기 위한 방책으로 보험료 카드 납부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이번엔 보험사에서 '카드사만 배불리는 꼴'이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 보험료 신용카드 납입액 비중/표=금융감독원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르면 올해 10월 중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6월 말 기준 국내 41개 보험사 가운데 카드로 보험료를 받고 있는 곳은 31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보장성보험에 국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경우 한화, 교보, ING, 푸르덴셜, 알리안츠, KDB 등 9개사에서 카드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보험료 카드납부를 허용한다면 카드사가 보험사를 상대로 상당한 금액의 연금을 받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의 카드납부가 가능해진다면 보험사 입장에선 그동안 나가지 않아도 될 돈이 지출되는 셈”이라며 “카드사 입장에선 앉아서 돈 버는 격이 아니냐”고 말했다.

또한 "카드사에선 초회보험료 뿐만이 아니라 추후 신생 가입료까지 누적으로 수수료를 챙겨갈 것"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불어나는 금액이 보험사에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카드사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상품, 특히 생명보험상품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장기(10년 이상)"라며 "월 보험료 규모 또한 커서 보험료 납부를 카드납으로 하게되면 카드납 수수료 부담이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A보험사의 매월 보험료가 1조원 정도 들어오고, 그 가운데 20%가량이 카드납을 한다고 가정하면 약 2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2% 수수료를 보험사가 카드사에 지불해야 한다고 하면 매달 40억, 연간 48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 도입으로 자본확충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추가 재무적 손실도 클 뿐더러, 관련시스템 구축비용과 계약관리 프로세스 등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카드납 등 보험료 지불 방식은 보험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보험사가 카드납부 수수료가 부담이 될 경우 해당 비용이 보험료에 반영돼 보험료 인상까지 야기할 수 있어 고객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에선 보험업계가 과잉 반응을 보인다며 발끈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카드납부의 최종 수혜자는 정부와 국민”이라며 “보험료의 카드납부는 결국 세금 확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수료율은 카드사와 보험사의 계약관계에 따라 결정될 사항이고, 협상하기 나름”이라며 “그동안 보험사가 많은 이점을 누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카드납부에 발끈하는 것은 작은 것을 가지고 과잉대응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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