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T 사장 "도입 찬성, 긍정적 검토"
전문가들 "'시장 개입' 단말기 값 더 오를 것"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한 가운데 해당 정책에 대한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통신비 인하로 이어지기는커녕 되레 단말기 값을 높여놓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찬성한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공식석상에서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휴대폰 구입과 통신요금 가입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일 뿐 정부가 정할 일이 아니"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이 같은 인위적인 조치는 되레 단말기 값을 오르게 만든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원한다면 지금도 단말기 구입, 통신요금 가입을 따로 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그럼에도 대리점에서 한꺼번에 사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통신요금 일부에 단말기 값이 포함된 것을 언급, "통신비의 절반은 단말기 값이고, 나머지가 통신요금"이라며 "그럼에도 모든 것이 통신사 탓이라는 비난 여론에 통신3사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그는 "그동안 통신사는 좋은 단말기를 구입하면서 비싼 통신요금을 선택하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준 것"이라며 "단말기를 다른 데서 구입하고, 통신 요금만 대리점에서 가입하면 그만큼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자유경제원 원장)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신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단말기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고 내다봤다.

현 평론가는 "휴대폰 구입과 통신요금 가입 여부는 전적으로 소비자가 선택할 일"이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은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단말기를 따로 구입한다고 해서 글로벌 제품인 휴대폰 가격이 국내시장에서만 저렴해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12일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하며 해당 정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통신비 인하로 이어지기는커녕 되레 단말기 값을 높여놓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휴대폰 대리점에 전시돼 있는 단말기./사진=연합뉴스 제공.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단말기 판매는 판매점에서, 통신서비스 가입은 이동통신사와 대리점에서 담당하도록 구분하는 제도다. 완전 자급제가 시행되면 이통사가 부담해 왔던 '휴대폰 보조금'이 사라지게 된다.

박 사장은 "단말기와 통신비가 분리되면 가계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다른 생태계들도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최상규 LG전자 국내영업총괄 사장도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판매 방식의 차이"라며 "정부의 방향이 정해지면 품질 좋고 저렴한 폰을 공급하면 돼 큰 이견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구체적인 시행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이것이 확정돼야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며 해당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놓았다.

현재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입장은 엇갈린 상태다. KT와 LG유플러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고, 삼성전자는 해당 제도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유영민 과학기술정통부 장관은 "완전자급제는 선택약정 등 단통법 폐지를 전제할 뿐 아니라 제조사와 이통사, 대리점, 소비자 이해관계가 모두 얽힌 문제여서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통신비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심도 있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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