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새 정부 출범‧신임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된 금융감독원 국정감사가 채용비리와 임직원들의 업무청탁 의혹으로 얼룩졌다. 지난 달 11일 취임해 원장직 수행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연신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대회의실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주재로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개최됐다. 금감원은 국감 전부터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난 임직원들의 각종 비위와 구설수로 몸살을 앓고 있던 터였다. 이날 국감은 최근 수년 간 진행된 금감원 국정감사 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위로 진행되고 있다.

   
▲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사진)이 17일 여의도 금감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무위 국감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 원장의 인사말 이후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쩌다 이렇게 됐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어떻게 금감원 구성원 모두가 (최근 받은) 감사원의 지적 이전까지 아무런 일도 없단 듯이 운영돼 왔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비리 의혹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은행이 작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국가정보원이나 금감원, 은행 주요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등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다. 우리은행에는 물경 12조 8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바 있어 공적 성격이 강하다.

심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서 우리은행 인사팀이 작성한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및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총 16명의 이름과 생년, 성별, 출신학교와 함께 해당 인물의 배경이 되는 관련 정보와 추천인이 적혀있는데 ‘금융감독원 이 모 부원장(보) 요청’이라고 적혀 있다. 추천인에는 ‘본부장’으로 추정되는 (본)이라는 표기가 적혀 있었다.

이들 16명은 결과란에 모두 ‘채용’이라고 적혀있어 채용의 부적절성에 상당히 무게가 실릴 만하다. 심 의원은 이날 국감 현장에서 “이 명단을 보면 이상구 전 부원장보 요청으로 한 건, 또 한 건은 금감원 요청으로 돼 있다”면서 “금감원에서는 내부 확인 및 감사를 통해 엄중 조처하고 결과를 보고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면목 없다”고 답변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이어 추가적인 채용비리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금감원의 위상은 더욱 핀치에 몰린 셈이 됐다. 

한편 금감원이 근래 보기 드문 수세에 몰려 있는 이 상황에 대해서는 색다른 해석도 존재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비위 정황에 갓 취임한 최 원장의 책임 비중은 적기 때문에 역으로 향후 최 원장의 리더십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최 원장은) 본인과 관계없는 과거의 ‘적폐’에 대해 얼마든지 사과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국감의 공세 수위가 올라갈수록 금감원 내부를 향한 최 원장의 발언권과 리더십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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