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환, 새 싱글 '굿바이'(Goodbye)로 지난 19일 컴백…이별 정서 담았다

"'직무유기' 친구 한마디 맴돌아 작업 박차…한창 부딪혀야 할 시기"

"오롯이 혼자선 할 수 없는 음악… 좋은 콜라보레이터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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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처음에는 젊은 청년의 재능과 귀를 간지럽히는 청량한 음색이 마음을 끌어당겼다. 즐겁게 음악을 하는 건강함으로 몸에 신선한 기운이 북돋았고, 그다음엔 웃는 얼굴만 봐도 가슴이 따스해졌다. 싱어송라이터 백승환의 이야기다.

최근 서울 중구 필동의 한 카페에서 백승환을 만났다. 2014년 제25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자작곡 '한강'으로 동상을 수상한 그는 지난해 11월 첫 정규앨범 '인사이드아웃'(Inside Out)을 발표했다. 그리고 11개월 만에 돌아와 이별을 테마로 한 싱글 앨범으로 올가을 가요계에 다시 발을 내디뎠다.


   
▲ 사진=미디어펜 DB


지난 앨범에서 다양한 장르만큼 음악적인 욕심과 시도가 눈에 띄었다면 새 싱글 '굿바이'(Goodbye)에는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에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너무 감성감성한 남자가 되고 싶진 않은데…"라며 웃어 보인 그는 조금은 센치하게 또 조금은 진중하게 앨범의 콘셉트를 설명해나갔다.

"가을에 듣기 좋은 앨범인 것 같아요. 이별 노래지만 흐르듯 흐르는 노래고…남녀관계, 헤어진 이후 남자 입장에서의 생각들을 담은 곡들이에요. 앨범을 만들면서 느낀 건 남녀관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이별을 정말 잘해야 한다는 거예요. 세상이 아무리 넓다지만 되게 좁은 세상이고, 함께 사는 세상이잖아요. 새로운 인연이나 만남을 위해선 이별도 잘 해야겠더라고요. 이번 앨범을 통해 이별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끝맺음을 잘 해야 다음이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죠."

타이틀곡인 '그녀가 떠나가네요'는 올해 초 제주도 휴가를 떠났다 우연히 나온 곡이다. 그는 "간만에 자연스럽게 만든 곡"이라며 "한두 번 불러봤는데 저도 와닿는 느낌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녀가 떠나가네요'를 들은 친구의 무심한 한 마디는 첫 정규앨범을 낸 뒤 밀려오는 피로감에 쉬고 싶었던 그에게는 비수와 같았다고.

"서울로 돌아온 뒤 친구 집들이에 가서 이 곡을 들려줬는데, 한 친구가 '뮤지션으로서 앨범을 안 내겠다는 건 직무유기 아니냐'고 얘기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아무 생각 없이 얘기했겠지만, 계속해서 직무유기라는 단어가 맴도는 거예요. 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한창 더 열심히 하고 알려야 할 때니까요. 게으름 피우지 않고 창작 활동을 해야 하는 때인데 이걸 안 하는 건 직무유기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프로페셔널해지고 싶은 입장에선 지쳤다는 게 핑곗거리, 약한 소리밖에 안 되는 거죠. 그래서 3~4월쯤부터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 사진=미디어펜 DB


정규 앨범을 낸 뒤 녹초가 된 것도 이해할 만하다. 프로듀싱을 비롯해 앨범 발매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진행, 공연 계획까지 모든 일정을 홀로 감수해야 했으니 1인 매지니먼트의 고단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엄살일 수도 있는데 조금 지치긴 했어요. 앨범 나오기 전날까지도 계속 일했으니까…당분간 앨범 낼 생각이 없었죠. 근데 앞서 말씀드렸듯 뮤지션으로서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음원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공연을 하고 소소하게 즐기는 것도 음악이지만, 업으로 삼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줘야 하잖아요. 제 음악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면서, 한창 부딪혀보고 지쳐도 계속 달려야 하는 시기에 안 하겠다는 건 결국 회피더라고요."

물론 마음만 먹는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부유한 열정에도 항상 부족한 자금 상황은 짐짝처럼 인디 뮤지션들의 곁을 지키는 게 일상. 많은 아티스트들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이를 보완하는 상황에서 첫 정규 앨범을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여전히 부담은 컸다.

"제일 부담스러웠던 건 크라우드펀딩해주신 분들한테 어떻게 보상을 해야 하는가였어요. 일을 해보면 알지만 남의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들어요. 그런데 이분들이 만원부터 시작해서 몇십만원까지 내어준 게 보통 응원은 아니거든요. 이건 절대로 제힘으로 한 것도 아니고 순전히 이분들이 절 좋게 봐주셔서 해결된 거니까요. 그래서 부담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모인 600만원이지만 본인에게 돌아간 수익은 땡전 한 푼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적자였다. 반대로 음반을 비롯해 스티커, 양말, 공연표까지 후하게 돌아간 크라우드펀딩 리워드는 후원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고, 소통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품고 사는 그에게 이 경험만은 흑자로 남았다.

"아티스트로서 좋은 걸 만드는 게 꿈이지만 결국 혼자서 해야 되는 거지만 혼자서 못하는 게 음악이고 예술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좋은 콜라보레이터가 되고 싶어요. 음악에서뿐만 아니라 콘텐츠, 장르를 넘어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싶거든요. 서로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면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그래서 사운드 엔지니어링도 돈 내고 진행할 수 있는 거지만 미리 상의해서 만들고 싶었고, 앨범 커버도 같이 얘기하면서 만들어가고 싶었어요. 이번 편곡에 대한 것들도 제가 큰 중심을 잡아야겠지만 그걸 구현해낼 땐 같이 구현해내는 거잖아요. 그걸 잘 하고 싶었어요.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대한 욕심이 있거든요. 음악뿐만이 아니라 좋은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어요. 글이 됐든 음악이 됐든 영상이 됐든…그게 제 목표에요."

백승환은 신보 '굿바이'를 만들면서 욕심을 많이 내려놨지만 음악적 색깔은 더욱 확실해졌다고 말한다. 포크와 재즈적인 음색의 조화, 담백하고 차분해서 더욱 진동하는 백승환 음악의 깊이는 사람들을 잡아끄는 확실한 힘이 있다. 어쩌면 그를 사랑하고 꾸준히 찾는 리스너들은 원석이 보석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피부에 와닿는 공기가 더욱 서늘해진 오늘 마음이 헛헛하고 괜스레 감상에 빠지고 싶다면 담담하고 쓸쓸한 백승환의 가을 감성을 함께해보는 건 어떨까.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