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수사대상자 및 범죄대상 범위가 크게 축소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결국 법조계의 제식구 감싸기를 차단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 대표공약 중 하나로 검찰개혁 핵심 과제로 떠올랐던 공수처 설치 논의는 당초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분산해 고위공직자들의 적폐를 제어하자는 의도에서였다.

기존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검사 50명 등 최대 122명 규모'의 공수처 설치 권고안은 '검사 25명 등 최대 55명'으로 반 토막났을 뿐더러, 검사를 수사할 경우 직무 관련 특정범죄로 제한해 공수처와 검찰 간의 힘의 균형이 깨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직 및 퇴직 후 3년 이내의 고위공직자·가족이라는 기존안에서 3년이 2년으로 바뀌었고, 고위공직자 범위도 정무직으로 축소되어 일반 고위공직자는 공수처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

무소불위로 지적되던 비대한 '슈퍼 공수처'가 오히려 왜소해진 '미니 공수처'로 전락한 모양새다.

특히 법무부안은 "고위공직자 직무범죄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직접' 관련범죄"라고 규정해 '직접'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안대로 확정될 경우, 수사 도중 인지해 파헤치는 사건 범위가 엄격해지고 이에 따라 공수처의 인지수사는 사실상 길이 막히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기존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검사 50명 등 최대 122명 규모'의 공수처 설치 권고안은 '검사 25명 등 최대 55명'으로 반 토막났다./사진=연합뉴스

기존안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검사 경찰 고위직의 모든 범죄를 수사 범위에 포함한다는 내용 역시 빠지게 되어, 검찰은 공수처 검사의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게 되었지만 공수처는 검사의 특정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법조계에서는 이번 안이 지금까지 나왔던 공수처안들과 같이 공수처 기능을 수사권 기소권에만 초점을 둘 경우 옥상옥이라는 또 다른 검찰 권력기관을 설치하는 것에 그쳐 고위공직자 비위를 제대로 예방·단절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을 포함한 법조계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고위공직자의 범죄 발생 초기 단계부터 밀착 감찰하여 비리 발생을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공수처 처장을 조직 내부적으로 견제할 차장은 직무감찰 전문가로 임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대두됐다.

법무부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부패에 엄정 대처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하도록 입법-행정-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부패수사기구로 구성된다.

권력형 비리의 온상이 되어온 고위공직자 집단, 그리고 검찰을 중심으로 이를 둘러싼 법조계를 어떻게 제어할지 법무부의 개혁 의지가 쇠퇴한 것으로 보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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