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다영 "'여자 유근호'가 꿈…따뜻한 포크 음악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강희 "관객들의 훈수, 음악이 목적 잃고 소비될 때 가장 힘들어"
다방 "조금씩 성장하고 위로 드렸으면…울림 주는 음악 만들고 싶어요"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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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미디어펜 DB


커피잔을 반쯤 비운 뒤 앨범에 대해 더욱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기타의 마찰음이 귀를 간지럽히는 타이틀곡 '풋가을'의 사운드 구성에 대해 묻자 다방은 "의도한 건 아니었다"고 입을 열었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의 동문인 한정운 오빠가 기타를 연주해주셨어요. 오빠는 녹음하기 전에 새 기타줄을 갈아야 하나 봐요. 근데 새 기타줄은 '직직' 하는 소리가 많이 나거든요. 전 깔끔한 기타 소리를 원했지만 이건 어떻게 해도 안 날 수가 없는 거에요. 그럼 이걸 살리는 방법으로 가자 이야기했죠." (신다영)

"우리에게 가을이 갑자기 오는 걸 표현한 거죠.(웃음) '끽' 하고." (이강희) 

"전 (의도를) 조작하고 싶지 않아요. 근데 어쿠스틱 기타 특유의 라이브 사운드가 좋다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신다영)

이번 앨범은 싱그러운 기타 소리가 귀청에 와닿는 노래들로 가득하다. 'pre-fall'은 포크 음악을 향한 신다영의 애정이 묻어난 앨범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래도 어쿠스틱 기타를 치다 보니 제 귀에는 보컬 소리보다 기타 소리가 먼저 들어와요. 믹싱 단계에서도 기타 소리를 부각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믹싱 기사님한테 레퍼런스를 보내드릴 때도 '이 부분에선 기타 소리가 부각되게 해주세요' 했던 게 많았죠. 그리고 전 보컬보단 어쿠스틱 기타로 저를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제 보컬이 여리다면 기타는 원래 제 성격이 나오는 것 같아요." (신다영)

신다영이 어쿠스틱 마니아라면 이강희는 소 곱창 집착남이다. 그는 첫 EP 앨범에서 '소 곱창'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것도 모자라 이후에도 여전한 소 곱창 사랑을 노래했다. "우리 소 곱창에 소주 한 잔? 아니면 저기 밤 공원 되게 좋은데 같이 걸을래?" ('그런 사이' 中)

"제가 소 곱창을 너무 좋아하는데 비싸잖아요. 아직도 잘 못 먹어요. 소 곱창 1인분이 앨범보다 비싸니까… 너무 먹고 싶어서 노래를 만들었어요. 만들었다기보단 술에 취해서 흥얼거리다가 나왔죠. 팬분들도 그 노래를 재밌어하시고 좋아해 주시니 감사해요." (이강희)

"저희가 B급 정서의 곡을 하면 어울릴 것도 같은데, 제가 그런 걸 못해요. 음악을 할 때는 진지해져서. '소 곱창'이란 노래도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근데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까 좋아하게 됐죠. 제가 내려놔야 될 것 같아요." (신다영)





음악에 있어서 한없이 진지한 만큼 존경하는 뮤지션도 셀 수 없다. 인디 음악의 매력을 알게 해준 언니네 이발관부터 콜드플레이, 포크계 신예 유근호까지 각기 다른 색깔의 뮤지션을 통해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걸 깨달았단다.

"전 여자 유근호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따뜻한 포크 음악을 하는 사람. 근데 포크만 하는 게 아니라 복합적인 음악을 보여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또 반 고흐, 백석처럼 'born to be 예술'인 분들을 존경해요. 저희 부모님이 음악의 가치를 존중해주지 않으시는 분들이라 그런 결핍이 있는 것 같아요. 반 고흐 집안의 경우에는 목사 아버지에 생계에 바쁜 어머니 때문에 미술의 가치를 중요시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반 고흐에게 제 인생을 많이 이입했던 것 같아요." (신다영)

"전 분야별로 좋아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한 분 한 분 언급하기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 제게 큰 존재는 나얼님. 보컬들의 보컬이고,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잖아요. 정말 존경하고 사랑해요. 나얼님이 킹왕짱이에요."(이강희)

각기 다른 개성의 두 사람이 뭉친 다방은 분명 유니크한 혼성 듀오다. 위로를 주는 밴드로 제2의 가을방학을 꿈꾸지만 경제 여건상 녹록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인디 신뿐만 아니라 모든 뮤지션이 겪는 음악에 대한 고민도 빼놓을 수 없다.

"음악 제작 비용은 많이 드는 걸 아니까 그건 사실 걱정이 안 되는데, 생계유지 비용이 안 나오다 보니까 제 나잇대 친구들이 하는 경험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요. 물론 그분들도 힘들겠지만 친구들은 결혼 자금도 모으고 있을 거고, 여행을 갈 수도 있을 거고… 그런 식으로 기본적이고 당연한 일상을 못 하는 상태이다 보니 제 자신이 위축되더라고요. 남들과 비교는 잘 하지 않지만 그런 순간에서는 제가 많이 작아 보였어요. 돈과 관련된 어려움은 성공하기 전까진 늘 있을 것 같아요. 그다음으로 힘든 건 작곡을 못 하게 됐을 때에요. 아무런 소재도 떠오르지 않을 때, 그런 식의 나날이 계속될 때 많이 불안했죠. 윤종신씨처럼 한 달에 1번은 작곡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부모님과의 갈등은 다들 갖고 있기 때문에 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부모님은 걱정하는 거지 나쁘게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 자신의 의지로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신다영) 

"음악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고민이나 힘든 점들은 저도 공감되는데. 제일 힘든 건 사람들의 말이에요. 음악에 대한 편견이 느껴질 때 힘듦이 훅 들어오는 것 같아요. '너희는 왜 TV 안 나가?', '보컬이 어떻다' 등 훈수를 두려고 할 때 데미지를 받죠. 음악을 음악으로 듣지 않고, 본인이 이승철이 되고, 합격점을 내리면서 음악을 소비할 때 힘든 거죠. 내가 이러려고 음악 했나 자괴감이 들고. 그럼 노래를 다 고음 파트로 만들어야 하는 건가? 노래에 대한 피드백은 좋지만 기술적인 훈계를 할 땐 음악이 목적을 잃은 것 같아서 자괴감이 들어요." (이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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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악에 유독 박한 잣대를 내세운다는 데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비단 인디 음악을 향한 시선뿐만이 아니다. 케이팝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는 상황에도 어떤 이들은 '아이돌 노래'라며 냉소를 보내고, 대중음악에 대한 편견을 투영해 무대를 바라본다. 더 나아가 비주류 음악을 엘리트 문화로 인식하고 소비하는 이들의 문화적 허영심, 인디를 향한 오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트와이스 좋아하면 음악 들을 줄 모르는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퍼져있는 것 같아요. 트와이스 노래 정말 좋은데. 정작 인디 음악을 하는 우리들은 블랙아이드필승 멜로디에 감탄하고, 음악계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강희)

"아이돌만큼 밥만 먹고 음악 하는 사람도 없거든요. 저희보다 대단해요. 저희는 사실 환경 때문에 집중할 수 없는 건 있지만, 그 사람들은 연습을 진짜 열심히 하니까. 그리고 프로페셔널이니까. 비하하는 풍조는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신다영)

"몇몇 소속사가 상업적인 이유로 가수답지 않은 가수를 짧게 훈련시켜서 올려보내다 보니 케이팝이 폄하되는 것 같아요. 근데 요새는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런데도 (대중음악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에) 실력파 가수라는 말을 붙이게 되죠. 사실 실력파 가수라는 말이 되게 웃기더라고요. '요리파 주방장', '운전파 기사' 이런 얘기잖아요."(이강희)

"가수는 가수로서 지켜야 할 것, 갖춰야 할 덕목이 있잖아요. 작곡은 바라지도 않고. 노래를 잘하고 춤을 잘 춰야 하는데 그걸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올라오니까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죠. 인디 뮤지션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시각도 그래요. 가수라기보단 싱어송라이터, 작곡가로 많이 보는 것 같아요. 노래를 못해도 멜로디가 좋아서 인디 뮤직이 좋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강희처럼 노래 잘 부르는 사람도 어마어마하게 많거든요. 백승환 오빠도 그렇고. 인디 뮤지션을 싱어송라이터로 국한해서 보지 않았으면 해요. 케이팝에 대한 시각이 그런 것처럼." (신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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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산업의 현실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저들만의 둥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그들의 음악만큼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조금씩 키가 자라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다방의 성장판은 이제 막 열렸기에, 위로를 주고 행복을 전파하고 싶다는 다방의 음악은 누가 봐도 예쁘기에 수많은 리스너들도 뜨거운 응답을 보내고 있다.

"위로를 많이 드리고 싶어요. 이번 앨범으로 5명이 위로를 받았다면 다음 앨범은 10명, 이번 공연에 10명이 왔다면 다음 공연은 20명이 왔으면 좋겠고. 전염성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물론 제 인생도 조금은 더 여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여유롭게 작업에만 신경 쓸 수 있고 여가생활도 즐길 수 있게요. 강아지도 한마리 키웠으면 좋겠고, 부모님께 차도 사드리고 싶고…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 그것인 것 같아요." (신다영)

"노래하는 사람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모두 행복해야지. 전파가 돼야지. 우울하니까 맨날 우울한 노래만 하잖아요." (이강희)

첫 미니앨범 'pre-fall' 발매 후 수차례의 공연 일정, 마포FM '다방의 게릴라디오'로 연말을 장식하게 된 다방. 마지막으로 팬들을 향한 인사를 부탁하며 진솔한 이야기와 웃음으로 가득했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2017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희에겐 미니 앨범을 발표하게 돼 뜻깊은 해였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까 2018년, 2019년에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고. 여러분들 앞날에도 건승이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신다영)

"다방 노래와 함께라면 연말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방 팬분들이 이걸 보신다면 주변 분들에게 노래 한번 추천해주세요. 작은 행동이지만 큰 거잖아요. 음악은 전염되듯 퍼지는 거니까. 많이 추천해주시고 들어주세요. 소 곱창 좀 사 먹게." (이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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