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듀오 다방, 9월 27일 첫 미니앨범 'pre-fall' 발표
신다영 "히든 트랙 'set me free', 가장 애착 가는 곡"
이강희 "싱글 '오르페우스' 녹음 당시 아직도 생생해…성대 결절에 후유증도"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어쿠스틱하면서 세련미 넘치는 음악은 팀명과도 안성맞춤이다. 다방 커피처럼 친근한 정서에 몸을 맡기고 나면 농익은 향기에 한껏 취하고, 따스한 노랫말에 몸이 감겨 노곤함은 먼 곳으로 떠난다. 싱어송라이터 듀오 다방의 이야기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다방(신다영·이강희)을 만났다. 제24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 동상을 수상한 뒤 2014년 EP 앨범 '깃털보다 가볍고 회색보다 짙은'으로 본격 음악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지난 9월 27일 첫 미니앨범 'pre-fall'(풋가을)을 발표했다.


   
▲ 사진=미디어펜 DB


앨범 발매와 더불어 공연 일정이 막 끝나 숨을 돌리는 것도 잠시 마포FM '다방의 게릴라디오' DJ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다. 지친 기색 대신 밝은 얼굴로 이야기를 전하고, 서로 말을 보태며 이따금씩 투닥거리고…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의 두 사람이 부딪히며 만드는 케미는 어떤 듀오들보다도 청량한 풍미를 냈다.

"팀명인 D'avant는 'before'라는 뜻이거든요. 남들이 하기 전에 우리만의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의미를 붙였는데… 요샌 꿈보다 해몽이라고, 다방면에서 두루두루 해보자는 의미로도 쓰고 있어요. 근데 요새 음악을 하면 할수록 저희 팀명의 뜻이 없는 것 같아요." (신다영)

"처음엔 다방 커피처럼 소소한 음악을 해보자는 의미도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정말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웃음) 이름을 바꾸는 것도 고민하고 있어요. 포털사이트에 저희 팀명을 치면 주택 어플도 뜨고… 심지어 '가수 다방'을 쳤더니 '나는 가수다 방청권'이 뜨더라고요." (이강희)




1살 차이인 신다영과 이강희는 대학에서 처음 만나 음악의 길에 들어섰다. 버스킹 붐이 불었던 2012년 거리로 나가보자며 뭉쳤던 게 지금까지 이어졌단다. 길거리에서 본 D'avant라는 불어를 팀 이름으로 내세웠고, 이들은 팀명만큼이나 새로운 음악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다방'의 한국어 의미를 팀명의 유래로 생각했던 이들에겐 꽤나 놀라운 사실이다. 이들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처음부터 음악에 대한 꿈이 있었고, 노래를 잘하는 친구가 필요했어요. 진지했죠. 그러다가 강희를 만났는데, 아무래도 처음 만나는 사이다 보니 안 맞는 부분이 있잖아요. 오래 가진 않겠다 싶었는데 유재하음악경연대회 본선에 붙으면서 그룹을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신다영)

"저는 원래 음악에 뜻이 있진 않았어요. 노래를 좋아하고 동네에서 '노래 좀 잘한다' 소리를 듣는 정도였죠. 기타를 사고 노래도 만들어보던 중에 우연히 누나를 알게 됐고, 같이 공연이나 하자면서 만났는데 아직까지 함께하고 있어요." (이강희)

'락 덕후'였던 이강희와 '포크 마니아'였던 신다영, 어쩌면 물과 기름처럼 다른 두 사람이 만났다. 극과 극의 성향만큼 꿈에 대한 깊이도 달랐기에 초반에는 갈등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서로를 배려하고, 같은 목표를 위해 달리는 동반자가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성향이 너무 다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전 이만큼 진지해 있는 반면 강희는 가볍게 시작하다 보니… 저는 강희한테 이만큼의 노력을 바라는데 강희는 그만큼이 안 되는 거죠. 섭섭했어요. 그래서 감정싸움이 있었죠. 또 강희는 원래 락을 더 좋아했기 때문에 어쿠스틱 기타 반주 위에 노래하는 것에 대해 익숙치 않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강희가 '이런 식으로 노래하면 돼?'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정말 0에서 시작했어요. 지금은 괜찮죠. 이젠 강희도 얼마나 진지한지 알고 있고, 강희도 제가 얼마나 진지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신다영)

"사실 제가 뒤늦게 사춘기 비슷한 게 와서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살았어요. 같이 하는 입장에서 힘들었을 것 같아요. 사람 아닌 사람이랑 하느라고.(웃음) 특히 유재하음악경연대회 나가기 전에는 심했고. 서로 조금씩 맞춰가고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이강희)


   
▲ 사진=미디어펜 DB


유재하음악경연대회 현장의 이목을 사로잡은 '깊은 밤'은 이강희가 썼단다. 보통 이강희가 멜로디를 내놓으면 신다영이 살을 붙이거나 편곡 작업을 거쳐 곡을 완성시키는 식인데, 두 사람의 작업 방식도 성격만큼이나 첨예하게 다르다.

"그림으로 비교했을 때 누나는 구상을 하고, 구도를 잡고, 싹 그려나간다면 저는 현대미술처럼 우연의 힘을 빌리는 것 같아요. 노래를 흥얼거려도 사람마다 음이 다 다르잖아요. 전 기분도 그렇고 환경적인 요소도 그렇고, 즉흥적인 것에 많이 기대는 편이에요." (이강희)

"기타를 치면서 자연스럽게 코드를 접하게 되고, 그러면 새 코드를 발견하려고 하는 욕심이 생기거든요. 자연스럽게 노랫말을 붙이고 싶어지고 멜로디도 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작곡을 접했던 것 같아요. 다만 작곡할 때 한계라는 게 있잖아요. 그 한계를 뛰어넘어보려고 실용음악이론, 기초이론을 공부했어요. 제가 곡을 작업할 때 코드를 많이 신경 쓰는 편이라면 강희는 네가지 코드로 멜로디 변주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신다영)

"전 혼자 별로 하는 게 없고.(웃음) 한 곡을 쓴다고 하면 단촐하게 코드에 멜로디만 붙여서, 1절만 짜서 들려줘요. 그럼 누나가 2절도 써서 붙이고 거의 완성 단계로 끌어올리죠." (이강희)


   
▲ 사진=미디어펜 DB


다방은 2016년 9월 싱글 '은지와 준수' 이후 1년여 만에 첫 미니앨범 '풋가을'을 발표했다. 완연한 가을이 지나가고 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쯤 이강희가 가을 노래를 내보자고 제안했고, 다람쥐가 겨울나기를 하듯 차곡차곡 모은 곡으로 꽉 찬 오프라인 음반을 완성했다.

"1번 트랙 '그리다' 같은 경우는 2년 전 제주도에 공연하러 갔을 때 만든 곡이거든요. 레스토랑 오픈식에 초청받아서 갔는데, 그 가게 이름이 '그리다'였어요. '해 질 녘 그 향기'도 2년 전에 강희가 썼던 곡이고. 묵혀놨던 노랜데 가을 분위기가 나서 꺼냈죠. 다른 노래들은 앨범을 만들어보자 마음먹고 썼어요." (신다영)

제주도 바닷가에 앉아 재미 삼아 만든 식당 로고송이 1번 트랙이 됐고, 신다영의 소녀적 감성이 빛을 발한 'Beautiful Love'(난 알고 있어요), 인천 영종도에서 바라본 바닷가의 일몰을 담은 '해 질 녘 그 향기', 동시처럼 귀여운 운율이 돋보이는 '풋가을'까지 하나같이 따스하게 몸을 감싸는 곡들이 앨범을 채웠다. 여기에 '구름 껴도 맑음' 저자인 배성태 일러스트레이터가 펼친 앨범 아트는 '풋가을'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제가 원래 엄청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였는데. 저희 형부의 친한 고향 친구셨더라고요. 앨범 표지를 부탁드렸더니 노래와 너무 딱 맞게 그려주셨어요." (신다영)

"여담이지만 저를 상상하시면서 그리셨다고… 이렇게 마르지 않았는데." (이강희) / "작곡하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답지도 않은데."(신다영)

"제가 화장실에서 작곡하거든요. 일 볼 때 정리가 잘 되잖아요. 제가 오래 앉아있는 편이라서… 앉아있으면 생각이 번뜩하고 떠오를 때가 많아요." (이강희)

앨범 표지와 현실의 괴리를 지적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이들이지만 앨범 제작이야말로 인디 뮤지션들에겐 뼈아픈 일이다.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자본이 없는 만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앨범을 제작하는데, 목표액이 모이더라도 웬만해서 이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없다. 적자는 부지기수요, 본전이라면 고맙다. 다방도 이 문제를 피해갈 순 없었다.

"매니지먼트가 있었다면 수월했을 텐데… 물론 매니지먼트가 있는 가수라면 크라우드펀딩을 안 했겠죠. 하루 만에 목표액의 90%를 달성하고, 150% 초과 달성을 했는데도 적자가 나더라고요. 리워드(후원자들에게 돌아가는 보상)를 잘 준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시장 조사를 못 해서 앨범 가격을 잘못 책정한 탓도 있었어요. 하지만 값진 경험은 됐던 것 같아요. 후원자분들이 리워드에 기뻐하는 걸 보니까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신다영)

음원 형태로만 존재하다가 비로소 실체를 얻은 다방의 첫 앨범. 신다영은 이번 앨범의 히든 트랙인 'Set me free'가 특히 마음에 와닿는다고 했다. 수록곡이 모두 나온 상황 속 30만원 미니 기타를 사서 만든 'Set me free'는 그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준 친구에 대해 쓴 곡이라고. 신다영이 가장 아끼는 곡이지만 히든 트랙인 만큼 음원 사이트를 통해서는 들을 수 없게 됐다.

"한 친구를 잊으려고 쓴 곡인데, 이 노래로 공연을 할 때마다 떠오르더라고요.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가 해요. 곡들 중 가장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신다영) 


   
▲ 사진=미디어펜 DB


이강희는 지난해 3월 발표했던 싱글 '오르페우스'가 그토록 사무친단다. 당시 성대 결절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겹쳤던 그가 마음껏, 순수하게 좌절을 쏟아냈던 곡이다. 자신이 쓴 일기에 가슴이 아릿하면서도 위안을 받듯 가장 힘든 시기 목청껏 부른 노래가 그를 다독였다.

"말도 잘 안 나올 정도로 성대 결절이 심하게 왔어요. 난 끝났다. 세상이 무너졌다고 생각했죠. 완전히 회복하는 데도 오래 걸렸고, 정신적인 후유증도 너무 컸어요. 제가 무대에서 떠는 편이 아니었는데, 그 후로는 긴장하게 되고 트라우마가 생겨서 고생을 많이 했죠. 그 와중에 쓴 곡이 '오르페우스'에요. 끝없이 추락하는 느낌. '내가 왜 그랬을까. 그러지 말걸' 하고 후회가 겹쳐요. 그러면서도 먼 훗날 '아빠가 이렇게 고음을 잘했어'라고 자랑할 만한 고음 파트가 나와요.(웃음) 전 모든 곡이 똑같이 좋지만, 그래도 녹음 당시가 생생하게 남는 건 이때인 것 같아요." (이강희)


[ 인디人②에서 계속 ▶ http://www.mediapen.com/news/view/318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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