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비급여항목을 대폭 줄여 전면급여화를 목표로 삼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문재인 케어'가 내년 1월부터 본격 시작되는 가운데, 저수가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는 당장 내년 1월1일부로 선택진료의 전면 폐지를 확정했으며,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의사 3만여 명(경찰 측 추산 1만 명)은 4년 만에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성토했다.

이들은 대다수 병의원이 비급여 항목 수입으로 급여 항목의 적자를 메꾸는 저수가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내년부터 중소병원과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단기간 내 파산할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저수가 구조와 관련해 "진찰료와 입원료와 같은 기본진료 수가가 원가의 50~54%이고 수술 처치 검사를 합한 전체 수가는 89%"라며 "현재의 건보 수입만으로는 어느 병원이든 적자를 면치 못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민간병원이 95%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항목 수입으로 적자를 보전해왔으나 향후 문재인 케어로 보험 적용 대상이 대폭 확대되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에 대해 "원가에 못 미치는 건보 수가를 바로잡지 않으면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관건은 정부가 저수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건보 재정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계속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케어가 63%대인 보험 보장율을 앞으로 5년에 걸쳐 70%까지 올리려는 것"이라며 "건보재정 흑자와 정부 지원확대, 보험료율 인상을 통해 현 정부 임기에서 30조 6000억 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정부는 내년 1월1일부로 선택진료의 전면 폐지를 확정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8월9일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임기 내 30조6000억 원을 투입해 모든 질병에 건강보험 혜택을 부여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모습./사진=청와대 제공

이에 대해 의료계는 원가보상을 어떻게 메울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서진수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지난달 1일 열린 대한병원협회 '코리아헬스케어콩그레스'에서 "그동안 병원들은 급여 원가보상율이 떨어져 비급여치료로 연명했지만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를 예비급여로 넣어 병원을 통제하게 된다"고 지적했고, 국회예산처 또한 올해 국정감사에서 "다음 정부에선 55조원이 필요하다"며 반론을 제기한 상태다.

특히 일각에서는 비급여를 급여화할 경우 이에 대한 의료행태 변화 시뮬레이션 등 추계가 전무한 상태에서 과다진료에 따른 의료비용 폭증으로 건보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에 밝힌 '2016~2025년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2018년부터 적자로 전환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건보 적립금도 2023년 바닥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령화 폭이 커지면서 노인 의료비가 폭증해 2025년에는 20조 원 적자로 돌아선다는 추계까지 나왔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노인 1인당 건보 급여비가 2016년 96만원에서 2025년 180만원으로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달 3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재정추계'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2019년부터 건강보험이 당기수지 적자로 전환되고 건보 적립금이 2026년 고갈될 것"이라며 "문재인 케어로 인해 건보 지출이 올해 57조 원에서 10년 뒤인 2027년 132조7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식약처장 출신인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보건복지위)은 최근 국회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문재인 케어에 대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수가보상 없이 밀어붙이면 모두를 적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적정수가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재정 때문에 못할 가능성이 크고 어정쩡하게 끌려가다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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