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싱가포르 등 업체에 수주 밀려
수주시 이익률 낮아 실적 개선 난항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글로벌 조선업계의 업황 회복이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이 원가절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원가경쟁력으로는 낮은 원가를 앞세운 중국·싱가포르 업체 등에 밀려 수주가 어렵고, 수주에 성공한다 해도 이익률이 낮아 실적 개선에 기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건조량이 줄어든 가운데 고정비 비중이 높아져 원가절감에 실패하면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른 일감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지속이 우려된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왼쪽)·현대중공업이 개발한 18만톤급 LNG추진 벌크선 조감도./사진=현대중공업그룹/사진=각 사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신년사에서 "전 세계 조선업계가 일감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주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라고 단언했다.

강 사장은 "생산조직의 공정별 운영 및 도크별 선종 전문화·엔진 주요 기능품 국산화·전략적 기자재 구매·설계 품질 향상을 비롯한 불요불급한 경비를 축소하는 긴축 경영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텃밭이라고 생각했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도 중국에 밀려 고배를 마셨으며, 해양플랜트 시장에서는 동남아·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갈수록 설 자리를 좁혀오고 있다"면서 "원가경쟁력 확보를 통한 수주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도 "일감을 제때 확보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원가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며 "설계 개정 최소화·물량 감축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사장은 "그간 자구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으며, 고정비·강재가 인상으로 재정부담이 늘어나 향후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서는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능 일원화 및 통합·조직 축소와 전진 배치를 위해 팀 단위 이상 조직 수 67개로 축소·임원 30% 감축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 대우조선해양 서울 다동 본사(왼쪽)·STX조선해양에서 건조한 LR1 탱커(오른쪽)/사진=각 사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제품 건조에 투입되는 후판 등 자재비 인상과 원가에서 차지하는 고정비가 증가, 흑자기조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말 1만2000명이었던 인력을 올 상반기 9000명까지 줄이고, 오는 연말까지 500명을 줄이는 등 1700명을 감축하는 자구안을 이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한진중공업·대선조선·대한조선·STX조선해양·성동조선을 비롯한 중소조선사들은 선종특화·자산매각·인력 감축 등을 통해 원가절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건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며 "이를 줄이지 못하면 낮은 원가경쟁력으로 인한 수주 실패로 만성적인 일감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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