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코스닥 지수가 근 16년 만에 830선을 돌파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독식하고 있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 영향을 받은 모습이지만 최근 비트코인 광풍 등으로 투자 기대치가 커지면서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서는 신용거래자들도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 투자 성향 역시 바이오 관련주에 편중된 모습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가 상승을 거듭하고 있지만 내실을 알고 보면 제약·바이오 편중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코스피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IT주에 기대고 있다면 코스닥에도 비슷한 현상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 사진=연합뉴스


예를 들어 지난 10일 코스닥 지수는 834.91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복수의 증권사들 분석에 따르면 셀트리온 등 바이오 관련 상위 7개 종목을 제외한 지수는 690.01에 불과했다. 대장주 셀트리온을 중심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바이로메드, 메디톡스, 코미팜, 셀트리온제약 등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코스닥 상위 7개주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약 67조 5000억원 수준으로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인 296조 1304억원의 약 23% 수준이 된다. 삼성전자 혼자서 코스피 시총의 20%를 넘게 차지하는 상황에 비하면 좀 낫지만 편중된 모습이기는 마찬가지다. 

설상가상으로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은 코스피로의 ‘이사’를 결정 지은 상태다.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이미 36조원 수준으로 코스피 시총 3위인 현대차마저 제친 상태다.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할 경우 코스닥의 받을 타격 또한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11일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연기금에 면세 혜택을 주고 코스닥 상장 요건을 완화하는 등 투자에 활기를 만들기 위한 정책들이 대거 포함됐다.

문제는 이와 같은 활성화 대책이 반드시 ‘건전 투자’로 연결되느냐다. 일례로 코스닥 투자전망이 좋아지면서 빚까지 내서 코스닥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느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역대 최고치인 10조 2864억원까지 상승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주로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할 때 늘어난다.

시장별로 보면 코스피 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4조 5674억원, 코스닥은 5조 7190억원을 기록해 코스닥이 훨씬 많다. 증가율 중심을 봐도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2일 5조 3795억원에서 8일 5조 7190억원으로 6일 만에 3395억원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잔고는 534억원 늘어났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코스닥 투자가 과열 양상을 띠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시선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코스닥 투자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건 모습이라 비판의 목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코스닥 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지수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이번 대책이 시장의 기대만큼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가 문제”라면서 “이번 상승세에 대한 반동으로써 하락세가 찾아올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그 손실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