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가량 지속된 이재용 부회장 부재…삼성전자 '위기'
항소심 선고서 원심 형량 유지된다면 우려가 '현실'로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가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제품 개발 등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각 계열사의 전문경영인이 책임지고 있지만,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이나 공장설립 등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은 모두 멈춰있는 상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부재는 비단 삼성전자의 미래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에도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음달 5일 예정된 항소심 선고에서 원심에서의 형량이 유지된다면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된다. 가파르게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의 활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물론 우려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위기’를 틈타 SK하이닉스, CJ, LG전자 등 국내기업은 물론 소니, 화웨이, 애플 등 외국 기업의 약진이 대두되고 있다. 삼성의 ‘위기’가 이들에게는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특히 최태원 SK 회장, 이재현 CJ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서 저마다의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사정이 녹록지 않다. 지난 12일 마무리된 ‘CES 2018’에서 이 같은 모습이 두드러졌다. “모든 스마트기기에 AI 기술을 더해 대중화를 선도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그뿐이었다”는 평가다. 

예년과 달리 삼성전자의 발전을 위한 주요 기업과의 그 협상 등 ‘중대한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사장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려면 새로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제약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으로 ‘총수 공백’이 장기화 되면서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투자, 사업 구조개편 등에 대한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을 인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미국 전장장비 업체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것 외에는 굵직한 활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2월 미국 스타트업 ‘퍼치’를 인수했지만 이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에 결정된 일이다.

투자 상황도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투자 규모는 30조원 이상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대부분 기존 계획에서 이뤄진 것이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가전공장의 경우,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완화를 위해 가동을 앞당겼을 뿐 새로운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

글로벌 네트워크도 약화되고 있다. 2016년 11월 이 부회장이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면서 해외 경영 현장 방문은 물론 주요 국제 행사 참석이 불가능해졌다. 해외 주요 인사들과의 교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개최된 ‘CES 2018’은 물론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IT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한 ‘테크 정상회담’, 지난봄에 개최된 엑소르 이사회, 보아오포럼, 여름에 열린 앨런앤드코 미디어 콘퍼런스 등에 잇따라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전자업계의 경우 기술 발전이 빠르기 때문에 업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늘 예의주시 하고 있어야 한다”며 “5년 앞을 내다본 상태에서 투자도 하고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일은 총수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문경영인은 기존에 해오던 일을 유지하고 별 탈 없이 꾸려가는 데에는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회사의 운명을 건 판단은 할 수가 없고, 또 주변에서도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만으로 삼성을 이끌어 나가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은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갔다”며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로 이런 활동이 전면 중단 됐는데, 이것이 장기화되면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 확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나 중국의 추격이 가파른 상황에서 사실상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성이 어려워지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적재 적소한 투자와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산업의 경영 공백 장기화는 미래 신성장동력을 놓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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