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사농공상' 신분제도 사고 여전…희망은 어디에
기업가, 열심히 '이윤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책임'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은 정치적 고려 없이 법치에 입각한 판결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자 ‘반(反)기업정서’가 이 부회장을 감옥까지 가게 만들었다는 여론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오는 5일 오후 2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원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원심 포함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이 장기화되자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의 피해자”라는 의견이 선명해졌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반기업정서가 대두되며 그의 팔에 포승줄을 묶었다는 의견이다.

항소심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 같은 의견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박영수 특검이 주장한 ‘차고 넘친다’는 증거는 끝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특검은 ‘무리한 짜 맞추기’, ‘무리한 수사’라는 수식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조선시대 ‘사농공상’ 신분제도 사고 여전…희망은 어디에

대기업 총수가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게 된 비극의 본질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사농공상(士農工商)’ 신분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에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세상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정치’의 영향력 하에 ‘기업’이 좌우되는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사농공상’은 조선시대의 직업에 따른 사회 계급을 뜻한다. 조선에서는 선비, 농부, 공업인, 상인 순으로 대우를 받았다. 가장 귀한 신분 ‘사’는 선비, 지금으로 따지면 공무원이다. 반면 가장 천시 받은 신분은 ‘상인’, 지금으로 치면 ‘기업인’이다.

‘사’에 속하는 공무원 특검이 ‘상인’ 이재용 부회장의 팔에 기어코 포승줄을 묶었다. 1년 가까이 감옥에 가둬 두고, 구체적 증거 없이 “네 죄를 네가 알렸다”고 말하는 모습이 꼭 조선시대의 그것과 닮아있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이 같은 비극에 대해 “우리의 의식이 조선시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며 “상업에 대한 묵시적 천대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조선시대 사상이 여전히 우리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일수록 소위 엘리트라 불리는 사람들은 공무원보다는 기업에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을 선호한다. 경제가 발전한 선진국에서 여러 가지 업종들이 번창하고, 그것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로 또 다른 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상업, 기업을 지배하는 것은 공무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현 전 원장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집안일수록 자녀를 교수, 판검사 등으로 키우려는 생각 역시 상업에 대한 자부심 보다는 선비 배출을 통해 집안을 ‘양반급’으로 도약시키려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기업 위에 공무원이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나라 경제를 좌우하는 기업인을 천대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경제 위에 정치가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 사옥./사진=연합뉴스


기업가, 열심히 ‘이윤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책임’

기업에 가해지는 이중 잣대 역시 짚어볼 문제다. 우리 사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무한대로 요구하고 있지만, 이것을 빌미로 ‘뇌물죄’로 감옥에 집어넣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사회공헌과 뇌물이 ‘한끝차이’라는 의미다. 

기업인 입장에선 억울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 사건도 이런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지난해 12월 27일 최후 변론을 통해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비영리법인과 선수 지원을 위한 후원을 했을 뿐 그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어떠한 청탁도 하지 않았다”며 “삼성이 대통령과 정부로부터 부당한 특혜를 받지 않았음은 물론”이라고 강조했다.

최서원,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은 사회 공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거기에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사회 공헌’이라는 좋은 취지에서 한 일이 결국 삼성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기업의 사회공헌,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개념을 다시금 정립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업의 본질을 일자리 창출, 사회적 책임으로 꼽고 있지만 이것은 틀린 생각이다. 

기업의 본질은 ‘이윤 창출’에 있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것을 최대한으로 성공시키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책임이다. 이윤창출을 통한 부가가치만으로 충분한 사회공헌을 할 수 있단 의미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의사, 교수 등 전문가들에겐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지만 기업가들에겐 지나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는 환자를 고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듯, 기업인은 열심히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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