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부담 때문에 대부분 외주업체 사용...'오버룸'해야 추가 수당 받아
   
▲ 호텔 청소 직원이 수세미로 변기를 청소하고 있다. 이후 이 직원은 같은 수세미로 객실내 물컵도 닦는다./TV조선 캡처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국내 특급호텔들의 비위생적인 객실 청소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호텔 청소 직원 대부분이 외주(아웃소싱)업체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 직원의 비윤리적인 직업의식도 문제지만, 그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임금 등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호텔들은 대부분이 외주 업체 소속이다. 특급호텔 중 청소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는 곳은 한화의 더 플라자(플라자호텔)가 거의 유일하다. 남산의 그랜드하얏트호텔도 초기에는 정규직으로 채용했지만, 정규직원들이 정년 등의 이유로 퇴사해 현재 청소 정규직원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건물 청소 종사자의 경우 '근로자 파견 대상 업무'에 포함된다. 따라서 청소직에 대해 외주를 주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들의 근무 조건이나 복지 등은 턱없이 열악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호텔에서도 외주업체에 비용을 지급하지 청소 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없다.
 
업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호텔 청소 직원들은 최저임금 수준인 170만원대의 기본급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평균 객실 청소는 13개 정도 맡는다. 그 이상일 때는 객실 한 개당 5000~6000원의 추가 요금을 받는 식이다. 

청소 직원 입장에서는 수당을 더 받기 위해 '오버룸'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청소를 빨리 끝내야 하고 매뉴얼대로만 하면 기본급도 받기 힘든 현실이라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 청소직원들은 대부분이 아웃소싱이라 볼 수 있으며 그들은 기본 주어진 것 이외에 추가로 객실 청소를 해야 월급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뉴얼이 있다 하더라도 못 지키는 일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급호텔이라고 고급 건자재를 사용하고 고객들에게 높은 객실료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청소 직원들의 월급이나 처우는 별반 다른 게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청소 직원 개인의 비윤리적인 직업의식 탓도 크겠지만 그들이 특급호텔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심어주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호텔들이 청소직에 대해 아웃소싱을 주는 이유는 전문성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인건비 절감이 가장 크다. 호텔이라는 업종이 큰 수익을 내는 업종이 아니다 보니 인건비 증가는 매우 큰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은 사람이 하는 일이 많아 인건비 비중이 높고, 그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만약 청소 직원들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문 닫는 호텔들도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특급호텔들이 눈에 보이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나 식자재 등에 투자하기에 앞서 눈에 보이지 않는 위생에 대한 투자도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편 최근 모 방송에서는 호텔 청소 직원이 변기에 사용하는 수세미로 컵을 닦고, 고객이 사용한 수건으로 컵을 닦는 장면 등을 내보내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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