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희망퇴직 신청 마감…구조조정 본격화
새로운 노사관계 구축 필요…자체적 경쟁력 필요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희망퇴직 신청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한국지엠이 정상화를 위해서는 개선된 노사관계부터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노사관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한국지엠의 대규모 적자의 기초가 됐고 이 구조 변화가 선행돼야 앞으로 자구안이 경쟁력을 발휘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한국지엠 군산공장 /사진=연합뉴스


한국지엠은 2일 희망퇴직 신청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임원·팀장 외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노조원의 희망퇴직 신청 현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특히 임원과 팀장급의 경우 희망퇴직으로 감축률이 달성되지 않을 경우 선별적 해고가 불가능 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약 1만6000명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가운데 이날 근무 종료시간에 맞춰 마감된다. 사무직은 오후 5시까지, 생산직은 후반 작업조 근무시간인 자정까지 신청을 받는다. 

회사는 지금까지 2~3차례에 걸쳐 위로금을 매개로 '이런 조건의 희망퇴직 기회는 마지막'이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발송하면서 희망퇴직을 독려해 왔다. 한국지엠 정규직의 경우 희망퇴직 시 약 2년간의 연봉을 위로금으로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원의 희망퇴직 신청 현황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공장폐쇄 결정이 내려진 군산 노조원들의 신청은 다른 지역보다 목표치를 해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노조가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주장하며 강경 투쟁 중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이번 희망퇴직을 통해 전무급 이상 임원의 35%, 상무와 팀장급 이상을 20% 각각 감축하고 현재 36명인 외국인 임원 수도 절반인 18명까지 줄이는 게 목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임원과 팀장급의 경우 희망퇴직으로 감축률이 달성되지 않을 경우, 선별적 계약해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퇴직 규모가 회사 입장에서 충분하지 않을 경우 한국지엠은 인위적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지엠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제너럴모터스(GM)의 제외하고 생각해도 현재의 노사관계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연구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노사관계에서 노조의 영향력이 너무 크게 작용되는 면이 있다”며 “이 같은 원천적인 문제가 해결 되지 않고서는 어떤 해결책도 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 고임금 저효율성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지엠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공장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약 8700만 원에 달하는 수준으로 이는 토요타를 제외한 일본 완성차 메이커 수준보다 높은 수치다.

또 지난 2016년 기준 현대차와 기아차의 평균 연봉은 각각 9400만 원과 9600만 원 수준이다. 기아차 평균 연봉이 더 많은 이유는 근속연수가 높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현대차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근로자 평균 연령이 기아차보다 낮아졌다.

이밖에 쌍용차는 평균 84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 20년째를 맞은 르노삼성 정도가 짧은 근속연수 탓에 평균 연봉(약 6500만 원)이 낮았다.

르노삼성을 제외하면 국내 자동차업계 평균 연봉은 글로벌 시장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현지 생산직 근로자 기준 일본 토요타는 약 9100만 원을 받는다. 일본 닛산은 이보다 낮은 8700만 원 수준이다. 

독일 BMW 정도가 평균 9900만 원이 넘는 연봉을 근로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밖에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여전히 국내 자동차업계보다 낮은 8320만, 8050만 원 씩을 받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2016년 기준 평균 9만500달러(약 9700만 원)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자동차산업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독일 고급차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미국 근로자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높은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임금과 비교해 브랜드의 경쟁력은 글로벌 수준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더욱이 현대·기아차를 제외하면 국내 완성차 브랜드는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역할을 맡고 있을 뿐 큰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 차종개발을 주도 하고 있지만 비중이 크지 않다. 

즉 포괄적인 의미에서 외국계 국내 완성차 브랜드는 글로벌 생산기지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에서 고임금을 요구하는 노조에 휘말려 국내 자동차 생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를 위해서 임금피크제 도입과 같은 선진 노사문화를 빨리 받아들이고 정착시켜야 한다. 또 수익성 창출을 위한 자구안도 빠르게 마련돼야 한다.

산업연구원 연구원는 “외국계 국내 완성차들이 지금보다 높은 수익성을 창출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본사의 신차계발에 참여하거나 내수 판매의 경쟁력 강화 등 새로운 수익창출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전했다.

현재 글로벌 생산물량의 원조로 공장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생산가동률 증대와 새로운 모습의 수익창출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르노삼성이 적절한 예가되고 있다.

르노삼성은 르노의 탈리스만(SM6)과 콜레오스(QM6)의 개발단계부터 참여해 국내에서는 SM6와 QM6로 판매중이다. 이 경우 해외판매 모델에 디자인 인센티브가 국내로도 지원되며 일방적으로 주문을 받아 생산만하는 방식보다 높은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

한국지엠 역시 이 같은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를 위해서는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르노삼성의 경우 르노가 부산공장을 위해 글로벌 ‘로그’ 생산물량을 지원해주며 공장가동률을 지원해 줬고 신차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 현재의 르노삼성을 지켜줬다. 

쌍용차 역시 마힌드라의 지원을 통해 신차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를 개발, 생산할 수 있도록 했고 최근엔 G4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를 통해 재도약 해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과정에서 르노삼성과 쌍용차 모두 노사간에 화합을 통해 당장의 이익보다 회사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고 뜻을 같이 했기 때문에 완성된 결과물이다.

하지만 GM 역시 이를 위해 한국지엠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앞선 회사들은 본사가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 부분이 있어 노조 역시 손해를 감수하고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마들어 냈다. 한국지엠을 살리기 위해 정부지원만 목소리 높일 것이 아니라 본사가 전사적인 차원에서 지원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노조의 고임금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GM이 효율성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영 실패의 원인은 가려놓고 그 책임을 한국 정부와 노조에 돌리고 있기 때문에 그냥 끌려가서는 안 된다. 실태 파악을 제대로 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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