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여성 수행비서를 8개월 간 지속적으로 성폭행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투 (#me too) 운동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소속 한 비서관은 국회 홈페이지 국민제안 코너에 ‘용기를 내보려 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안 지사 정무비서 김지은씨는 지난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지난 8개월 동안 안 지사로부터 4차례 성폭행과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안희정 후보 캠프에서 일하다 지난해 7월부터 안 지사 수행 비서로 일했고, 9월부터는 정무비서를 맡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 9월 스위스 출장 당시를 비롯해 구체적인 성폭행 피해 날짜와 장소 등을 상세히 전했다.

김씨는 안 지사가 ‘미투’ 운동이 확산된 지난달 25일에도 성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안 지사가) ‘미투를 보면서 너한테 상처 된 것을 알게 됐다. 미안하다. 괜찮으냐’고 물어봤다. ‘오늘은 안 그러겠네’ 했는데, 그날도 그러셨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지사가 저한테 미투를 언급했다는 것은 ‘미투하지 말라’는 무언의 지시로 알아들었다”며 “지사한테서 벗어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의 글을 올리고 6일 도지사직에서 사퇴하고 모든 정치활동을 접고 연락 두절 상태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안 지사는 성폭행 사건으로 정치생명이 끝난 것은 물론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안 지사의 이번 사건은 안 지사 본인은 물론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 올 것”이라며 “향후 국회에서 연달아 이같은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모 의원실 정모 비서관의 미투 운동 동참으로 인해 국회에서 미투 고백이 연쇄 반응을 일으킬 전망이다.

정모 비서관은 이날 국회 홈페이지 국민제안 코너에 올린 글에서 “2012년부터 3년여간 근무했던 의원실에서 벌어진 성폭력으로 말미암아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직장 상사 관계로 묶이기 시작하고 나서 장난처럼 시작된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회 보좌진이 모인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국회의원의 성희롱 발언, 보좌진의 성추행 행태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접속자는 글에서 “몇 년 전 모 비서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녹취와 문자 기록을 가지고 있었고 사건 직후 즉시 집 근처 해바라기센터에 달려가 몸 상태를 체크하고 당시 기록을 남겨뒀기 때문에 얼마든지 신고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해자의 회관 내 인맥이나 영향력이 두려웠고 자신의 신원이 밝혀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면서 “한동안 속이 썩어 들어가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지만,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국회 의원회관은 사실상 치외법권인 곳이기 때문”이라며 “저같이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삼킨 여자 보좌진분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안희정 지사와 정모 비서관의 미투 동참으로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현직에서 일하는 국회 직원들은 미투 동참 이후 받을 불이익이 두려워 미투 운동 참여를 꺼려 할 것”이라며 “향후 미투 운동이 국회로 확산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미투 운동이 정치권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대해 “앞으로 피해자들의 동참이 속출 할 것”이라며 “이번 안희정 지사의 성폭행이 향후 지방선거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대한민국의 정치를 또 한번 바꿔 놓을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여성 수행비서를 8개월 간 지속적으로 성폭행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투 (#me too) 운동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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