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조재현의 연출작 '나홀로 휴가'가 네티즌 사이 뒤늦게 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6년 9월 개봉한 조재현의 감독 데뷔작 '나홀로 휴가'는 10년을 하루 같이 옛사랑을 쫓아온 한 남자의 지긋지긋한 사랑, 혹은 지고지순한 집착에 관한 스토킹 멜로.

사진 촬영이 취미인 모범 가장 강재(박혁권)가 10년 전 놓친 사랑 시연(윤주)의 집을 찾아가 겪는 일들을 그린다.


   
▲ 사진=영화 '나홀로 휴가' 포스터


해당 작품은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오늘-파노라마 부문'과 이듬해 4월 이탈리아 우디네극동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나 최근 조재현이 성추문에 휩싸이며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나홀로 휴가'는 작품의 강렬한 색채와 40대 유부남의 스토킹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개봉 당시 잡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헤어진 불륜녀를 잊지 못해 10년간 스토킹하는 남성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안긴 것.

이에 대해 조재현은 "여성 관객에게 반응이 별로란 건 언론시사회 전부터 알았다. 지난해 부산에서 시사회를 했는데, 그런 느낌이 있더라. 40대 남자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다 보니, 상대역인 20대 여성에 대한 배려가 적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보다 남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 영화다. 여성 관객 10명 중 7명은 이 작품에 부정적이다. 나머지 3명은 공통점이 있다. 생각과 사고가 조금 다르다. 수용의 폭이 넓고 4차원이라고 해야 하나. 대화를 하면 내 입장보다 상대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는 성숙한 여성은 주인공 강재의 마음을 이해를 하더라"라고 전했다.

또한 "'나홀로 휴가'는 남자들이 내 여자친구가 어떤 성향인가 테스트하기 좋은 영화인 것 같다. 굉장히 바르고, 정도를 걸어온 여자라면 영화 속 상황을 보고 불쾌할 수 있다. 남자가 실수를 하면 용서가 안 되는 그런 사람 말이다"라면서 "그런데 이해하는 여자는 나중에 남자가 실수를 해도 한번은 다독거릴 수 있을 것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 사진=영화 '나홀로 휴가' 스틸컷


영화에서는 '결혼을 5년, 10년 등 계약제로 하는 건 어떠냐'고 묻는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조재현은 "내가 술자리서 많이 했던 이야기다. 아내가 '이해는 하는데 굳이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 좀 하지 말라'며 '그렇게 말하고 다니면 우리 결혼생활이 힘들다는 것 아니냐. 내 욕 하지 말라'고 하더라. 하지만 생각해봐라. 결혼한 40, 50대를 만나면 결혼을 행복해하던가? 최고라고 하던가? 다들 결혼은 하는데, 아내에 대한 마음이 가족이지 여성으로 신선하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물론 소수 있긴 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 같은 조재현의 인터뷰 내용은 개봉 당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으며, 조재현이 지난달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며 다시금 네티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조재현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24일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공식 사과하고 출연 중이던 tvN 드라마 '크로스'에서 하차했다.

경찰은 조재현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중으로, 피해자를 접촉하는 대로 내사나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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