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높은 임대료 영향 뿐 아니라 명품에 대한 선호도 떨어지고 여행이나 음식 등 라이프스타일에 관심
   
▲ DKNY 청담동 매장. 현대백화점 계열로 인수되면서 철수해 현재 공실이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청담동 명품거리에 임대 간판이 노골적으로 붙기 시작한 것은 2년 정도 됐을 거예요. 오랜 기간 공실이 해결되지 않는 것은 건물주들이 공실에도 불구하고 임대료를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들이 많아요. 임대료 좀 안 받는다고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아니라는 거죠. 거기에다 사드 영향에 중국 부유층 관광객들이 크게 감소한 것과 경기 침체, 명품 브랜드들의 유통 환경 변화 등이 청담동 명품거리 침체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죠."

서울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청담사거리로 이어지는 약 1km 거리는 국내 대표적인 명품거리로 알려져 있다. 이 거리는 과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 대기업 오너들이 경쟁하듯 건물을 매입하던, 국내 최고의 땅값을 자랑하던 곳이다. 그런 청담동 명품거리가 어느새 임차인을 찾지 못해 '임대'라는 간판이 곳곳에 붙어 있는 곳이 됐다. 

지난 16일 오후 찾아간 청담동 명품거리에는 값비싼 수입차가 드나들고, 명품 쇼핑백을 들고 쇼핑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임대'나 '임대문의'라는 간판만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과거 SK네트웍스가 운영했던 캘빈클라인과 DKNY의 청담동 매장은 해당 브랜드들이 현대백화점 계열로 인수되면서 매장을 철수했다. 자체 유통망이 있는 현대백화점으로서는 로드샵을 운영할 뚜렷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임대료까지 높다라면 철수 이유는 더욱 명확하다. 

에스까다가 있던 자리도 현재 '임대' 간판을 내걸고 있다. 로로피아나는 얼마 전 근처로 이전했으나 원래 로로피아나가 있던 자리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메트로시티도 청담동에서 철수하면서 현재 공실이다. 

몇 년 전 한국에 진출했던 아베크롬비 청담동 매장도 판매 부진으로 임대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철수했다. 검은색 건물 전체가 흉물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루이비통이 있던 자리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샤넬도 몇 년 째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태리 브랜드 보기 밀라노와 가방 전문 브랜드 제롬 드레이퓌스가 있던 건물도 공실이다. 청담사거리 입구에 있던 브룩스브라더스가 있던 건물도, 브룩스브라더스 철수 이후 몇 년 째 비어있다. 

패션 브랜드 뿐 아니라 이 곳에서 영업을 하던 성형외과들도 철수한 흔적들이 다수 보였다. 큰 도로 뿐 아니라 분더샵 옆에서 영업을 해왔던 쟈딕앤볼테르 청담 플래그십스토어도 지난달 철수했다.
   
▲ 청담동 에스까다 매장이 있던 곳./사진=미디어펜
업계 관계자는 "이런 현상은 2년 정도 된 걸로 아는데 건물주들이 공실인데도 불구하고 임대료를 잘 낮추지 않으려해 이런 공실이 장기화되는 것으로 안다"며 "청담동 뿐 아니라 압구정 로데오거리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고 전했다. 실제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앞에서 오랜 기간 영업했던 SPC그룹의 파리크라상 매장은 얼마 전 철수했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요구해 철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티클로가 있던 자리도 현재 주인을 찾지 못하고 비어있다.

그나마 청담동 명품거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곳은 신세계 계열의 몽클레르,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전개하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전개하는 토리버치, 10꼬르소꼬모 등이다. 하지만 해당 브랜드들이 입점한 건물들은 대부분 이건희 회장이나 이명희 회장 등 오너들 소유여서 영업이 안 된다고 쉽게 철수를 결정하기도 어렵다.

그 외에 프라다가 청담동 명품거리의 흥망성쇠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한 자리에서 영업하고 있으며 몇 년 전 새롭게 건물을 올린 디올과 버버리 등이 성업 중이다. 

업계에서는 명품거리가 과거와 달리 장기간 침체기를 겪고 있는 배경이 임대료와 경기침체, 사드 여파 등도 있지만 유통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명품 브랜드들에 대한 선호도가 과거 보다 높지 않고,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오프라인 명품 매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 패션에 대한 관심보다 여행이나 집꾸미기 등 라이프스타일이 변화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경기 영향 뿐 아니라 변화되는 소비자들의 취향과 쇼핑 환경일 것"이라며 "명품 브랜드들이 온라인 시장을 키우는 것도 그러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 분더샵 옆에서 영업하던 쟈딕앤볼테르 청담 플래그십스토어가 지난달 철수했다./사진=미디어펜
또 이 관계자는 "요즘 TV를 보면 음식이나 여행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것이 국민들의 취향 변화로 읽힐 수 있으며, 또한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면서 국내서 명품을 소비하기보다 해외에서 구매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명품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과거 보다 높지 않고 소비할 여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 돈으로 옷을 사기보다 여행을 떠나거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미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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