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죽자 영세업자 줄도산…문 닫은 가게 즐비
협력업체, 금융권 상환기일 맞물려 갈수록 태산
일방적인 책임 묻기조차 힘든 상황…정부 대책마련 시급
군산 경실련 "군산을 되살릴 경제 씨앗부터 심어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이어 경영난을 이유로 폐쇄 결정된 한국지엠의 여파까지 겹치며 군산시 오식도동은 경제한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공장폐쇄 결정 전까지만 해도 인근 대학과 공장 직원들이 있어 그나마 유동인구가 확보됐던 오식도동이었다. 하지만 군산공장의 폐쇄가 결정 된지 한 달여가 흐른 지금 이곳은 희망을 찾아보긴 힘들어 보인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주변의 왕복8차선도로는 텅 비어있고 근근히 대형 트럭 몇 대만 이동하고 있다. 

   
▲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막혀있는 정문에 잔무를 하기위해 들어가는 차량 한대가 바리케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정문에 도착하니 수많은 차량들이 드나들었을 문이 철제 바리케이트로 굳게 닫혀 있고 경비초소에 직원 한명만 오고가는 차량들을 경계하며 지켜서 있다. 신호등 시스템은 점멸등으로 깜빡이고 차량출입은 거의 없었다. 

동문으로 가봤다. 이곳도 사정은 마찬가지 였다. 굳게 닫힌 바리케이트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떨어진 곳의 한국지엠 쉐보레 출고사무소 역시 황량한 모습이었다. 넓은 주차공간에는 몇 대의 차량만 남아있었고, 텅빈 공터의 모습은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2000여 명이 일하던 한국지엠 군산공장에는 현재 100명 정도가 나와 잔무나 업무 마무리를 하고 있고 군산 시내는 물론 멀리는 전주와 익산까지 운행하던 36대의 통근버스도 5대로 줄었다고 공장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일부 생산직 직원은 다른 직장을 찾기도 했지만, 사무직은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군산시 관계자는 "시에서도 고용부와 함께 재취업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만 재취업으로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다"며 "지자체에서 움직인다고 해도 전체적인 지역 산업이 침체기인 현재 일자리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 한국지엠 쉐보레 출고사무소의 넓은 주차공간에는 몇대의 차량만 쓸쓸히 받쳐저 있다. /사진=미디어펜
   
▲ 한국지엠 군산공장 동문앞도 바리케이트로 막혀있고 앞쪽에는 정상화를 촉구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사진=미디어펜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폐쇄에 따른 주변상권은 더 최악의 상황이었다. 군산공장과 멀지않은 오식도동은 2010년 군산조선소가 본격 가동되고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호황일 때 누렸던 전성기 흔적은 온데간데없다.

그래도 영업은 계속됐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한층 더 적막한 기운이 맴돈다. 대부분의 상가에는 '임대'라는 플랜카드가 붙어있다. 점심시간이 한창인 12시30분경에도 대부분 식당이 텅 비어있었다. 

인근 할인마트에도 오가는 사람 없이 텅 비어있었고 일부 가게는 '레시피전수'까지 내세워 가게 임대 할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밥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서자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문전박대 당했다. 장사가 안돼서 재료를 많이 들여 놓지 않아 이날은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다음으로 들어간 식당에서는 사장이 식칼대신 붓을 들고 있다. 형광캔트지에 '임대'라는 두글자와 휴대폰 번호를 적어 플랜카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 와중에 오고가는 사장가족들의 짜증석인 대화와 한숨이 현재 오식도동과 군산시민들의 심경을 보여주는 듯했다.

해당식당은 군산시민들이 찾아가는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실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시간까지 4테이블 가량의 손님과 1~2팀의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비교적 장사가 잘되는 식당이었다. 

하지만 이 인원은 전체 테이블의 4분의 1도 채우지 못하는 인원수였다. 한때 현지 주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먹던 곳으로 알려진 이곳이 현재는 빈테이블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로 분주했던 곳이지만 이제는 옛일이다.

식당사장은 "그래도 꾸준히 장사가 되기는 하지만 매출이 줄어 가게운영비용을 감당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다"며 "한국지엠 마저 저렇게 되니 앞으로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 오식도동 인근 아파트단지 옆 상가밀집지역은 임대를 내놓고 비어있는 건물이 즐비했고 일부에서는 레시피까지 전수한다는 파격조건까지 내걸었다. /사진=미디어펜

   
▲ 오식도동 상가촌의 할인마트에는 사람의 왕례가 없어 적막한 모습을 보인다. /사진=미디어펜

해당지역의 다른 식당은 아에 문을 닫은 곳도 많았다. 흉물스럽게 빈 건물만 남아있는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공장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외국인 자율방범 초소 역시 컨테이너 박스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풀옵션 원룸 임대 라는 글귀가 적인 플랜카드가 나부끼는 원룸촌은 인적이 끊긴지 오래된 듯한 모습이었다.

상가가 밀집돼 있는 다음블럭으로 넘어가 보니 이곳 역시 마찬가지로 유동인구는 전혀 없고 영업중인 세차장의 바닥은 말라있었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근근히 돌아다니던 버스는 종적을 감췄다. 공장을 오고갔던 대형 트럭 역시 오식도동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완전히 유동인구가 사라진 듯한 모습이었다. 

이곳의 유일한 고객들은 현재 공장에 잔무를 위해 남아있는 일부 직원들과 전북대학교 새만금캠퍼스의 학생들이다. 그들마저도 방학에 들어가는 시즌이면 이곳의 경제는 멈춰서는 공황상태에 놓인다.

현지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시청 담당직원과 이야기 나눠봤다. 

시청 지역경제과 당당직원은 "아직까지 집계된 게 없어 수치로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조선소에 이어 중요한 생산성이 또 줄어들게 된 것은 분명하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사태를 해결해달라 촉구하는 플랜카드가 군산시청앞에 걸려있다. /사진=미디어펜

   
▲ 군산시 곳곳에는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상화를 촉구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사진=미디어펜


그는 또 "지자체가 나서서 해결 할 수 있는 한계가 많고 한국지엠의 판촉을 장려하는 운동도 해왔지만 이번 사태는 미리 파악자체가 쉽지 않았고 우려가 현실이 되며 어려움이 많다"며 "현재로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군산시민들은 지역의 산업중 하나인 자동차 공장의 부흥을 위해 군산시 전체가 한마음 한 뜻으로 노력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시청에는 한국지엠의 차량이 전시돼 있고 구매할 수 있도록 부스도 마련했었다. 

하지만 제너럴모터스의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군산시의 생산 성은 반토막났다.

이와 달리 군산의 조선소와 한국지엠 이외의 나머지 경제를 위해서 살길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군산 경제정의실천연대(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군산의 조선소와 한국지엠 공장의 폐쇄로 생산성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 지역주민을 위해 군산시 전체가 무너졌다고 평가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며 "오식도동 이외의 군산도 지역경제를 책임지는 중요한 상권이고 이를 위해 군산 전체가 죽은 도시로 평가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군산에 젊은이들이 남아서 생활하고 경제활동을 펼치며 살아갈수 있는 터전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군산 시청인근과 도심지역에는 많은 유동인구와 차량들로 활기찬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군산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은 좋지만 경제의 씨앗을 심어 줄 수 있는 시간과 근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당장의 금전지원은 군산시의 부활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지역적인 입지와 자원을 살려낼 수 있는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