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본사 데드라인 지난 달 30일, 7차 임단협마저 결렬
합의점 찾은 금호타이어와 대조…정부기조도 부담
마지막 투쟁의지 불사, 한국지엠 노조 쟁의신청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정부가 원칙론을 주장하고 있고 금호타이어의 사태가 일단락되며 한국지엠 노조의 셈법이 복잡해 졌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추가자금지원을 위한 최소조건 노사합의 데드라인 시한인 3월 말을 넘긴 상태에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지엠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한국지엠 군산공장/ 사진=미디어펜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중노위가 열흘간의 조정 기간을 거쳐 결과를 내놓는 대로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 돌입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중노위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GM본사가 정한 데드라인을 넘기며 자금조달이 어려움을 겪게될 것에 대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달 30일 열린 7차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에서 결론을 도출해 내는데 실패했다.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한국을 수 차례 방문하며 "3월까지 임단협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경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결국 3월 마지막 협상에서도 양측의 입장 차만 확인한 것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협상 과정에서 기본급 동결과 올해 이후 성과급 삭감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가 요구한 ▲출자전환시 1인당 3000만원 상당의 주식 배분 ▲만 65세까지 정년 연장 ▲향후 10년간 정리해고 금지 등에 대해 사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진통을 겪는 중이다. 

현재 한국지엠 둘러싼 주변 환경은 최악의 상황이다. 이미 지난 달 말 GM 본사로부터 빌린 차입금 722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 데 이어 이 달에도 1조원에 가까운 차입금과 지난해 작년 성과급(약 700억원), 희망퇴직자 위로금(약 5000억원) 등 2조원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하지만 차입금에 대해선 GM 본사가 한국지엠 실사 종료 이후까지 회수를 보류하기로 하며 숨통을 틔워놨지만 당장의 운영비조차 부족할 만큼 한국지엠의 유동성은 심각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GM은 임단협 합의 없이는 한국지엠 회생을 위한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오는 20일까지 자구안을 내지 못할 경우 부도를 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노조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정부 역시 이해 당사자의 고통분담 없이는 부실기업에 자급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한국지엠 노조는 궁지에 몰려있다. 

실제 비슷한 입장의 금호타이어 역시 정부가 이같은 입장을 고수하자 해외매각에 받대 했던 노조가 조합원 투표를 통해 중국 더블스타로의 인수를 받아들이며 경영 정상화의 물고를 텃다.

이에 업계에선 한국지엠 노조도 얽혀있는 실타레를 풀기위한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지엠 사태가 불거진 이후 GM과 산업은행은 추가 자금지원 협상을 꾸준히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재무 실사→자구계획안 제출→증자 등 신규 자금지원'이라는 큰 그림 속에 한국지엠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GM과 산은 모두 노사 합의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임단협 협상이 오히려 한국지엠 사태의 최대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노조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한국지엠노조가 더 이상 협상카드가 없다는 상황이다. 이에 합법적인 파업권한이 노조에게는 절실하다. 

중노위의 조정 중지가 결정이되면 노조 측이 쟁의권을 확보하게 되고 이 경우 향후 한국지엠 임단협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시선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비장의 카드는 아닐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해외 매각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던 금호타이어와 달리 한국지엠은 GM이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할 경우 법정관리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청산이 될 경우 노조가 지키고자 했던 군산공장의 재가동은 고사하고 기존의 창원과 부평공장까지 문을 닫아야 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노조는 군산을 살려보겠다는 의지는 자신들의 명분을 해치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사태가 일 단락되며 한국지엠 노조의 명분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며 "노조가 기업을 망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한국지엠 노조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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