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의지 담긴 '통 큰 합의'에도 핵 폐기 검증·일정 등 구체적 로드맵 단계 남아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경기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공동선언 발표를 마친 후 악수하는 모습./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결과인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로 핵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발표했다.

과거 비핵화 합의에 비해 검증방법·일정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화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한편, 남북 정상이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지·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는 등 후속 계획이 담겨서 적극적인 의지가 읽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북미정상회담에 공을 넘겼다'면서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북미 회담의 최우선 의제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명문화해 기대 이상의 합의를 이루었지만 넘어야 할 단계는 복잡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고, 군사적 긴장 해소를 통해 올해 종전을 선언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는 합의 등을 새롭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2007년 남북 정상이 맺은 10·4 공동선언문은 "남과 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던 반면, 판문점 선언에는 '비핵화'라는 표현이 3번 나오는 등 '비핵화 명시'가 이번 회담 최대 성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공동선언문 마지막 부분인 3조 4항에서 두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면서 북측의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있고 중대한 조치라는데 인식을 같이 해 각자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비핵화와 관련한 남북 합의는 1990년대부터 남북 양자 및 6자회담 다자 차원에서 여러차례 있어왔다.

1992년 1월20일 남북이 서명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문은 핵 재처리시설 및 우라늄농축시설 보유 금지를 비롯해 핵무기의 제조·생산·시험·보유·저장·사용을 금지하고 핵 에너지를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한다고 규정했다.

2005년에는 6자회담 4차회의 결과 문서인 9·19 공동성명에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이른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한 후속 이행합의로 2007년 6자간에 2·13합의(9·19공동성명 이행 초기단계 조치)와 10·3합의(9·19 이행 2단계 조치)도 나왔다.

2·13합의에는 북한이 50일 내에 영변 핵시설을 폐쇄·봉인하는 내용이 담겼고, 10·3합의에는 그 2단계 조치로 영변 5MW 실험용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핵연료봉 제조시설 등 현존하는 모든 핵시설의 불능화를 규정했다.

북한은 이에 따라 8개월 뒤인 2008년 6월 미국 CNN 생중계 방송을 통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으나 이후 검증에 대한 이견으로 더 이상의 진척이 이뤄지지 않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7일 판문점 선언 발표 후 이에 대해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에 사인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며 "구체적이고 더 명확하며 뚜렷한 표현을 쓰지 않아 아쉽다는 주장들이 많이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비핵화 합의에 비해 이를 실행에 옮기는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27일 판문점 선언이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법적 근거에 따라 신속한 후속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판문점 선언을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비준, 국회 동의 등의 절차를 거쳐 공포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는 '남북정상선언 이행추진위원회'로 개편되어 범정부 차원의 후속조치 추진 및 점검체계가 가동된다.

남북은 또 정상회담 정례화와 장성급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등 향후 협의를 통해 후속 회담을 연달아 갖기로 합의했다. 판문점 선언에서의 비핵화 합의를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게 하려는 일환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