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금·아연·원유 등 매장된 것으로 추정…잠재가치 3200조 주장
부존 품위·채산성·중국과의 장기계약 등으로 실제 개발 가능성 낮아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매장된 광물자원 개발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지만 중국과의 장기계약 등으로 묶여있는 자원이 많고 자원의 품질의 낮아 실제로 우리가 수입가능한 물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한국광물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북한에는 3200조원 가량의 잠재가치를 지닌 광물이 매장됐다. 이는 국내 대비 13.9배에 달하는 것으로, 철광석·마그네사이트·금·아연·몰리브덴·인회석 및 희토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광물공사가 통일 후 10여년간 북한산 광물로 수입을 대체할 경우 45조원 가량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등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북한 지하자원 현황/사진=자연환경지질학회지


그러나 북한이 외국업체와 광물자원 개발사업과 관련해 체결한 투자계약 38건 중 87%에 달하는 33건의 계약 상대국이 중국이며, 나머지 5건도 일본·프랑스(이상 2건)·스위스(1건)와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국내 업체에서는 노무현 정권 당시 광물공사·태림산업·서평에너지·아천글로벌 등 4개사가 투자를 추진했으나 민간업체들은 투자 추진 과정에서 사업이 중단됐으며, 광물공사 역시 665만달러를 투자해 2억8000만원을 건지는 등 사실상 성과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0~50년의 장기계약 10건을 중국이 독식했으며, 금·은·동·철광석 등 가치가 높은 광종의 광산에 진출했다는 점도 국내 업체들의 성과 달성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북한 대외경제성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8위 규모의 원유매장량을 보유했지만,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시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점도 궁금증을 더한다.

영국 아미넥스사는 지난 2004년 동해 동한만 분지 원유 탐사개발을 추진했지만 정치상황 및 대외관계 악화 등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으며, 중국 해양석유총공사 역시 서한만 분지 원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까지 체결했으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광구 탐사 비용을 충당할 능력이 없고 채굴장비가 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대외관계가 늘 냉랭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채산성이 충분하다면 중국과 러시아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대신 시추를 통한 재정수지 개선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 북한의 서한만 및 동한만에 원유매장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추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한국석유공사


철광석과 석탄 등 자원의 품위 및 형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철을 함유하는 광물로는 적철광·자철광·능철석·갈철석 등이 있지만 즉시 제철원료로 사용가능한 것은 품위(Fe 60% 이상)가 높은 적철광으로, 국내 업체들은 호주와 브라질 등에서 이를 수입하고 있다.

자철광의 경우 채광→파쇄→분립→마광→자력 선별 등의 과정을 필요로해 적철광 대비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며, 북한에 매장된 철광석의 대부분은 자철광이라는 점에서 품질과 기술력으로 글로벌 철강시장에서 승부하는 국내 업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동광과 마그네사이트를 제외한 다른 광종의 부존 품위도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석탄의 경우도 국내에 수입되는 광물자원의 39.4% 가량을 차지하는 유연탄이 생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국내 광물수요의 절반을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에 의문을 낳는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북한이 주장하는 광물자원 잠재가치는 단순히 총 매장량에 현 시세를 곱한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밀조사 등을 통한 확정치 및 추정치를 매장량으로 잡는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매장량이 10%대로 줄어드는 경우도 있는 등 신뢰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광물공사의 사례 등으로 볼 때 자원개발은 '최선을 바라되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