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입주 시작한 A시범단지 혹파리 떼 출몰…순식간에 수천마리로 개체 수 늘어나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친환경 도시를 표방하는 경기도 화성시 송산그린시티의 새 아파트에 혹파리 떼가 출몰했다. 동탄2신도시 신축 아파트의 혹파리 피해가 세간에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진지 불과 10여일만이다.

최근 혹파리 피해 지역들이 모두 화성시 관내에 집중된 만큼 시의 안일한 대처가 사태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송산그린시티 입주민들에 따르면, 올 초 입주를 시작한 세 개 단지에서 혹파리 떼가 발견됐다. 한 두 마리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가구도 있지만 매일 혹파리 처리에 적잖은 시간을 소비하는 가구도 있다.

송산그린시티 A시범단지 한 입주민은 "혹파리 때문에 살 수가 없다"며 "싱크대 등을 비롯해 매일 모든 살림을 빼고 해충약을 뿌리고 닦는데도 도무지 (혹파리 수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송산그린시티는 올 초부터 시범단지들의 입주가 시작됐다. 입주 개시 4개월된 새 아파트에서 벌레가 출몰하고 있는 셈이다. 

혹파리는 파리목 혹파리과에 속하는 해충으로 작고 검은색을 띤다. 유충은 노란색이다. 번식력이 워낙 강해 한 번 나타나기 시작하면 쉽사리 박멸이 어렵다. 

입주민과 건설사들은 붙박이장, 싱크대 등 가구류의 나무에서 혹파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감처리가 되지 않은 가구 뒤쪽, 특히 벽체와 맞닿은 부분에서 알을 까고 개체 수를 늘려 나가는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실제 다수의 가구가 싱크대 주위에서 혹파리 알과 성충의 사체를 발견했다.  

   
▲ 송산그린시티 A시범단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혹파리 피해 사진. 싱크대 내부 혹파리 유충이 가득하다./사진=A시범단지 온라인 커뮤니티

A시범단지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에도 '혹파리 건으로 건설사에 하자 접수를 했더니 방역약을 뿌려주고 갔다. 싱크대와 벽 틈에 약을 살포했더니 노란색 유충이 우수수 떨어졌다'는 글이 올라오며 입주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B,C 시범단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일부 가구는 하루하루 벌레 사체를 치우는 일이 일과가 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C시범단지의 경우 건설사에서 혹파리 관련 단지 내 안내방송을 하고 피해 규모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혹파리 출몰 원인 규명을 둘러싼 건설사와 가구 납품 업체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에 입주민들의 피해는 가중되고 있다. 성능이 좋은 포충기(벌레를 잡는 기기)를 구매해 집안 곳곳에 설치하고, 제습기, 공기청정기 등을 총 동원해 벌레와의 사투를 이어 나가는 중이다. 

A시범단지를 시공한 건설사 한 관계자는 "나무자재 등에서 혹파리가 생긴 것은 맞지만 건설에 사용되는 나무가 워낙 많기에 원인이 되는 자재가 어떤 것인지 파악 중"이라며 "특히 저층 가구에서 혹파리 관련 접수가 많아 며칠간 단지 내·외부로 집중 방역작업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화성시의 안일한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부 특정 단지가 아닌 지역 전체적으로 혹파리 출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원인 규명과 방역에 신경을 썼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송산그린시티 시범단지에 거주 중인 30대 한 입주민은 "혹파리는 습한 지역에서 더 활발하게 번식하는 것으로 안다"며 "송산그린시티는 시화호를 끼고 있는 만큼 시 차원에서의 지역 전반적인 방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성시청 주택과 박승혁 주무관은 "송산 쪽에서 혹파리 발생 민원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지난주 담당 업무가 바뀌어 상황을 정확히 숙지하진 않고 있다"고 무성의한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박 주무관은 이어 "전임자가 혹파리 출현 민원이 제기된 사업 주체에 해당 문제 해결을 촉구하라는 통보는 보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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