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거래 의혹' 불거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뒷조사 피해자가 고발의사 밝혀 검찰 수사 불가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양승태 전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진보성향 법관모임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해 문건을 만들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이 지난해 3월부터 3차례 조사한 끝에 재차 사실무근으로 결론났지만 대법원이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해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3번째 셀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사상 불이익의 증거가 없어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독립 훼손에 대한 새로운 의혹들을 밝혀내 불씨가 되고 있다.

특조단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박근혜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법원이 추진했던 '상고법원' 도입에 청와대 협조를 얻기 위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인용 검토와 통진당 지방의원 퇴출 소송 기획, 성완종 리스트 영향분석과 대응방향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조단은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삼권분립을 위협할 심각한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면서 "실행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권한 남용이고 청와대와의 적절치 못한 유대관계 형성을 위해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을 거래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했다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결과에 대해 김명수 현 대법원장은 28일 "결론을 말씀드릴 수 없지만 검찰 고발 방안하는 부분까지 모두 고려하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구체적인 후속조치에 대해 "이번 조사결과와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최종 제출 예정인 개인별 정리 보고서를 재차 검토하겠다"며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과 관련해 뒷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차성안 판사가 이에 대해 고발 의사를 밝히면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법조계는 "이번 조사단 결과를 토대로 특정 피해자인 차성안 판사의 고발 의사"라며 "재판에 직접 간여했거나 인사 불이익이 실제로 확인되지 않으면 형사처벌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은 아직까지 '관련사건 진행 추이를 지켜보면서 수사 진행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며 "섣부른 검찰 수사가 오히려 법원 대 검찰 간 갈등으로 커질 수 있어 검찰 수사가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법관 출신의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이에 대해 "결국 김 대법원장 결정에 달렸다"며 "3차례에 걸친 재조사에도 불구하고 관련자들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의견이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김 대법원장이 부적절한 처사를 엄정 대응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일부의 의견을 받아들일 경우 '검찰의 사법부 직접 수사'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새롭게 드러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지난해 초부터 14개월에 걸쳐 3차례 조사한 끝에 특조단이 내놓은 결과가 결국 고발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사법행정권 남용의 범위를 누구에 대해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 수사에 들어갈 명분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별조사단 조사위원장과 함께 위원 6명 중 4명은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냈고 진보성향 판사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라며 "그렇게 해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자 김 대법원장은 3차 조사를 지시했다"고 언급했다.

현재 관련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가 전담하고 있고, 앞서 지난 1월 참여연대 등은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불법사찰 혐의로 고발했다.

뒷조사 피해자로 지목된 차 판사가 고발 의사를 밝힌 가운데, 새롭게 제기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김 대법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 특별조사단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결과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결론을 말씀드릴 수 없지만 검찰 고발 방안하는 부분까지 모두 고려하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