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배주주 보유 지분 처분 요구한 김상조
"국가가 사적 자치 침해해선 안 돼…압박 말아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취임 1주년을 맞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다시 한 번 ‘재벌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 지배주주 일가가 보유한 비주력,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 처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일감 몰아주기를 뿌리 뽑겠다고 발표했다.

김 위원장의 지분 처분 요구는 기업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또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보안 문제 등 기업의 애로사항이 고려되지 않아 공정위가 여전히 기업 발목잡기에 혈안 돼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대기업 총수 일가가 보유한 SI(시스템 통합),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등 비핵심 계열사나 비상장사 지분을 팔라”며 “(팔지 않으면) 공정위의 조사·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 강제할 내용은 아니다”, “사적 재산권을 침해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는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의 요구가 강제성을 띄고 있고, 사적 재산권을 침해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여당 압승에 힘을 받아 '김상조식' 재벌개혁도 더 살벌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칼날이 삼성 계열사로 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삼성SDS의 경우 현재 이건희 회장 0.01%, 이재용 부회장 9.20%, 이부진, 이서현 사장이 각 3.90% 등 총수 일가가 17.01%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정위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이 지난 달 10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체임버 라운지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총수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팔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법적 근거에 맞지 않는 비약”이라며 “이해하기 힘든 조치”라고 말했다. 국가가 개인이 소유한 지분에 개입하는 것은 ‘사적 재산권’ 침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삼성SDS는 삼성 계열사의 정보 관리 시스템과 물류 체계를 구축·운영하는 회사로, 삼성의 ‘영업 기밀’ 영역을 다루는 곳이기도 하다. 삼성SDS의 역할을 외부 업체에 맡길 경우 영업 기밀이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는 공정위의 제재가 기업의 여건, 애로사항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네 업종은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곳들이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계열사의 지분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그것을 통해 사익을 취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전제 하에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로 왜곡된 ‘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기업의 경영 전략 중 하나일 뿐 규제 대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는 의견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를 범법 행위로 모는 것은 시장경제를 위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공정거래법은 특정 계열사에게 유·불리한 거래를 ‘불공정행위’로 간주해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며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은 과잉 규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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