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환율 상황 면밀히 보고 있다"
세계 경제가 점차 자신감을 회복하고,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지만 한국 경제만큼은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경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금융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주택대출금리 인상, 채용비리 등으로 얼룩져 요동치고 있다. 본지는 최근 금융권의 주요 이슈에 대해 알아보고 각각의 사태가 한국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요동치는 금융권]④급등하는 원화 환율…1100원 돌파이후 상황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 긴축을 서두르면서 미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달러당 환율이 1100원을 넘어서면서 국내 경제가 받을 타격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하반기 환율전망 역시 밝지 않아 대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 사진=연합뉴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율 움직임이 요동치고 있다. 이날 오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20원을 넘어섰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4.9원 오른 1122.5원에 거래를 시작해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이 1120원을 넘어선 것은 작년 11월 13일 종가에서 1120.6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최근의 달러 강세는 ‘미국발 무역전쟁’ 확산의 우려로 분석된다. 미국의 대(對) 중국 관세 부과를 앞두고 뚜렷한 협상안이 나오지 않자 위안화 주도로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관세 조치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태다. 이에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자 위안화와 함께 움직이는 원화 가치도 함께 하락하는 모습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역시 달러가치 상승의 한 요인을 제공했다. 연준이 올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2회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하자 원‧달러 환율 상승에는 더욱 속도가 붙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매수 우위를 보였던 외국인은 즉각 대량 매도 포지션을 취하면서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방향보다 더 큰 문제는 ‘속도’다. 지난 5월까지 1070원선에 머물렀던 환율은 최근 17거래일간 무려 42원 넘게 상승했다. 환율 상승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자금이 빠르게 나가고 있다. 이미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5개월 연속 순매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급격하게 상승한 환율이 외국인의 이탈을 더욱 부추기는 모습이다.

선진국의 긴축과 보후무역 정책 탓에 신흥국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점도 ‘강달러’의 한 이유가 되고 있다. 김현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화 약세 역시 강달러 분위기에 일조하며 환율 상승재료로 소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한국이 취해야 할 자세다. 현재까지 금융당국은 환율 상황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급격한 원화 약세와 관련, 이날 “면밀히 보고 있다”는 코멘트를 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민경제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인해 원화가 약세를 보인다”면서 “국제적인 추세의 일환이라는 관점에서 면밀히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반기 환율 상황 역시 ‘흐림’이다. 강달러 기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름에 달러화 강세가 잠시 주춤하겠지만 가을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 강달러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감세와 인프라투자 확대 정책이 성장 기대감을 높여 대미 투자를 확대시키고 달러 강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