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미국가산업4단지 내 위치한 한 공장./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동준 기자]"대기업이 떠나니까 경제도 엉망인기라."

경북 구미의 한 소규모 건설사 관계자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지역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구미의 산업을 지탱해 온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떠나면서 그들로부터 파생된 일감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던 중소·중견 기업들도 덩달아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는 성난 유권자들의 표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출생지이기도 한 구미에서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후보가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치고 시장 자리를 차지한 것. 구미의 평균연령이 37세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현 경제상황이 표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00년대 후반 삼성전자가 핸드폰 생산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한 데 이어 LG전자도 자사의 공장을 베트남과 수도권 등지로 옮겼다. LG디스플레이는 구미에서의 생산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대신 파주 산업단지에 마련한 공장에서의 생산량을 늘려나가는 추세다.

대기업이 떠나면서 구미의 실업률은 자연스레 높아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시·군별 주요 고용지표 집계 결과에 따르면 2016년 5.8%로 집계된 구미의 실업률은 줄곧 경북 내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해왔다. 2017년 하반기를 기준으로도 경북 내 실업률 1위 지역으로 나타났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부동산 시장도 무너졌다.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에 비해 분양이 이뤄지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미분양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옥계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작년과 비교해서 올해 공실 비율이 더 늘었다"며 "경기가 안좋아지면서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확 줄었고, 전세도 매매가의 절반 수준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 구미중앙시장 입구./사진=미디어펜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5일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구미에서 수도권으로 이전한다는 보도와 관련, "300만 도민은 충격과 실망 속에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침체된 경기에 신음하는 지역경제에 큰 상처를 주는 행위이며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골고루 잘사는 균형발전'이라는 원칙에도 크게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구미에서 만난 바닥민심은 악화된 경기와 맞물리며 보수정당에 대한 깊은 불신을 보이고 있다. 구미역 인근 중앙시장에서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김 씨(50대·여)는 "예전에는 퇴근시간만 되면 집에 안가고 술 한잔 걸치러 오는 공장 직원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아니다"며 "경제 살리겠다고 노래를 부르던 새누리당(현 한국당) 찍어주다가 이 지경까지 왔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중앙시장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박 씨(60대·남)는 "박통이 탄핵됐지만, 탄핵 전에 자기 아버지 고향이라는 구미를 좀 챙겨줬어야 했다"며 "기념공원 같은 치적사업에만 신경썼지 실제 민초들의 삶을 챙기기나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