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12일 핵심 논점인 ‘지배력 판단 변경’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오히려 금감원에 재감리와 새 조치안의 마련을 주문함으로써 양 기관의 신경전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증권업계는 당국 간의 갈등이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선위는 지난 12일 긴급으로 임시회의를 개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를 논의했다. 결국 ‘공시 누락’에 대해서만 제재를 의결하고 감리조치안의 핵심사안인 ‘지배력 판단 변경’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판단하지 않았다. 

   
▲ 사진=미디어펜


보다 세부적으로는 증선위원 간 의견이 일치하는 바이오젠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공시 누락 사항에 대해서만 ‘고의성’을 인정했다. 나아가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및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결과적으로 금감원 감리 조치안의 핵심인 지배력 판단 변경 부분에 대해 판단을 유보한 셈이 됐다. 오히려 금감원에 재감리와 새 조치안의 마련을 주문해 이번 사태가 당초의 예상보다 훨씬 오래 갈 가능성이 열렸다.

감리조치안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이고 의도적인 ‘분식 회계’가 있었다는 게 골자다.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계속 적자를 냈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1조 9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은 자회사의 기업 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바꾼데서 기인했다.

단, 증선위는 지난달 20일 3차 심의 후 종합적인 판단을 위해 2015년 이전 회계 처리 변경도 함께 검토할 것을 금감원에 요청해 달라진 기류를 감지하게 했다. 이전 기간 회계 처리의 적정성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니 조치안을 수정하라는 주문을 낸 것이다.

금감원은 증선위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9일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는 첫 기자간담회에서 “원안 고수가 우리의 생각”이라고 직접 지목해서 말하기까지 했다.

금감원의 강력한 주문에 대해 증선위는 결국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우회’하는 방식을 택했다. 오히려 금감원에 ‘재감리’라는 카드를 꺼내며 판을 흔들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 겸 금융위 부위원장은 “핵심적인 혐의에 대한 금감원의 판단이 유보돼 있어 조치안의 내용이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금감원은 고의 공시 누락을 입증하면서 체면을 지켰고, 증선위는 금감원의 수정안 조치 요구를 맹목적으로 수용하지 않아 주관 있는 모습을 보이는 데 성공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떻든 양 기관이 하나의 중대한 사안을 놓고 의견이 불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데에는 틀림이 없다.

증권업계는 우려 섞인 시선으로 이번 사안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12일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금융투자업계의) 내부통제 시스템이나 리스크 관리에 대해선 업계 스스로도 몇 년 전에 비해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감독 당국 이전에 우리 업계 스스로 자율적으로 해 나가야 하는 이슈이며 협회장으로서 업계가 그 정도의 수준은 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은 업계의 걱정을 요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의 삼바 사태는 하나의 기업을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한 사안”이라고 전제하면서 “양 기관의 갈등이 기업들에 대한 규제장벽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결국엔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