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제재 예외국 인정 난항…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예상
동남아·호주·카타르·아프리카·노르웨이 등 수입선 다변화 지속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미국의 이란제재로 국내 업체들의 이란산 원유 수입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유업계가 카타르·동남아·호주·아프리카 등으로의 수입선 다변화를 비롯한 리스크 관리를 지속하고 있어 이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조만간 이란 제재에 따른 원유 수입 중단의 예외국 인정을 둘러싼 협상에 돌입한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이 예외국 인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 2012년 미국의 이란 제재 조치 당시 예외국 인정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외국 인정이 어려울 공산이 높아 지난해 기준 국내 원유 수입에서 13.2% 가량을 차지하는 이란산 원유 도입 중단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로고/사진=각 사


그간 국내 업체들이 이란산 원유 도입 비중을 늘린 이유로는 원유에서 추출되는 납사의 비중이 타 원유 대비 4배 가량 높고, 초경질유(콘덴세이트) 가격도 낮았던 것이 중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유사한 성분의 카타르산 대비 가격이 낮았던 것이 한 몫 했다.

이에 따라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될 경우 원가 부담 증가 및 물량 확보 등의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국내 정유사들은 각기 다른 사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적을 전망이다.

우선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이전부터 수입선 다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리스크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미국·중남미·유럽산 비중이 지난해 8%에서 올 2분기 12%까지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3%포인트 가량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2월 남중국해에서 원유 탐사에 성공한 것을 비롯해 인도네시아·페루·베트남에서 원유, 2014년부터는 미국에서 셰일오일을 생산하고 있어 이란산 수입 중단의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평가된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오클라호마 광구·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RUC 전경·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시설/사진=각 사


현대오일뱅크도 지난 3월 노르웨이 국영 석유업체 스타토일과 70배럴 규모 초경질유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수입선 다변화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주주 특성상 아예 이란산 원유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GS칼텍스는 미 석유업체 셰브론이 지분을 투자하고 있어 적대적 관계에 놓여있는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우디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가 대주주로 있는 에쓰오일의 경우 사실상 전량을 사우디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실제 수급보다 글로벌 자본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측면이 있어 이란 경제제재로 인한 가격변동이 일어나지 않을수도 있다"며 "오히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환율 변동 리스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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