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5.5달러로 하락…손익분기점 수준
고급 윤활유 수요 증가로 수익성 개선 전망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모든 빛이 꺼졌을 때 어둠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는 엘프여왕 갈라드리엘이 프로도에게 '에아렌딜의 별빛'을 주면서 이같이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프로도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이 빛을 사용,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정유부문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BEP)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고민이 깊어진 정유업계도 윤활유부문의 실적 개선으로 한숨을 돌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지난 1월 배럴당 6달러대에서 2월과 3월 7달러대 중반을 유지했으나, 4월부터 하락세를 보이면서 6월 첫째주 5.5달러까지 하락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수송비·운영비 등 비용을 제외한 중간 이윤으로, 국내 업체의 손익분기점는 4~5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정제마진 추이/자료=정유업계


당초 8달러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정제마진이 줄어든 이유로는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 △베네수엘라 생산량 감소 △산유국 정세 불안 등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과 중동 산유국들의 '아시아 프리미엄' 확대 등이 꼽힌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는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선 다변화를 모색하자 아시아 판매분에 붙는 조정계수(OSP)를 낮췄으나 미국의 이란 제재로 6월 OSP를 배럴당 1.9달러로 인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GS칼텍스가 미국산 원유 도입을 늘리고 있으며, 현대오일뱅크 역시 이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원유 전량을 사우디로부터 수입하는 에쓰오일을 필두로 여전히 중동산 원유의 비중이 70%를 상회, 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업계는 정제마진이 1달러 감소할 경우 2000억원 상당의 분기당 영업이익 감소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52.0%·29.1% 하락했으며,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각각 23.4%·11.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SK지크·Kixx 스토리북· '에쓰오일 7 레드1 SN 플러스 5W30' 및 '토탈 쿼츠 9000 퓨처 XT 5W-30'·'XTeer' /사진=각 사

반면 윤활유부문은 전 세계적으로 배기가스 및 연비 규제 강화 등으로 고급 윤활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부문은 1분기에 정유부문 대비 각각 20.0%·12.6%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였으며, GS칼텍스 역시 정유부문 영업이익이 61.2% 수직낙하 하는 동안 윤활유부문 영업이익은 44.0%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들은 미 석유협회(API)의 새 엔진오일 규격인 'SN 플러스'에 부합하는 엔진오일을 선보이는 등 윤활유 라인업 강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과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SK지크 X7 5W-30'과 'SK지크 X7 10W-30 LPG' 등 5종과 'XTeer 울트라' 시리즈 7종, 에쓰오일토탈윤활유도 '토탈 쿼츠 9000 퓨쳐 XT 5W-20'·'에쓰오일7 레드1 SN 플러스 5W30'를 비롯한 엔진오일 3종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 엔진오일은 엔진의 이상연소·체인벨트 마모 현상을 최소화, 엔진 손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며 "저속에서 엔진이 빠르게 점화되는 저속조기점화현상(LSPI)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솔린 차량 중 운전 조건이 가혹한 가솔린 직분사 엔진(GDI)이 장착된 비중이 늘어나면서 고급 윤활유 수요가 증가,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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