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호텔 중 유일하게 미국, 러시아 등 진출 11개 호텔 운영...하얏트, 힐튼, 메리어트와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로컬 브랜드
   
▲ 롯데가 더 뉴욕 팰리스 호텔을 인수한 이후 롯데 뉴욕 팰리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체인 호텔들이 잘 되면 뭐가 좋나요. 돈이나 많이 챙겨 가겠죠. 우리나라 호텔인 롯데호텔이 잘 돼야 국내 호텔 산업도 발전하고 호텔 종사자들의 양질의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겠어요."

최근 만난 호텔 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그는 현재 글로벌 체인 호텔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호텔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는 왜 롯데호텔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있을까요. 

호텔 시장은 메리어트, 힐튼, 하얏트, 아코르, IHG 등 몇몇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수많은 브랜드들을 보유하며 전 세계 호텔들을 소유 및 경영하고 있습니다. 이중 이들이 소유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주로 위탁 경영을 하는 형태입니다. 이들은 유명 브랜드와 수많은 고객 인프라, 경영 노하우 등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호텔 소유자보다 갑의 위치에 있을 때가 많습니다. 

인사권 및 물품 구매권 등도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호텔마다 계약 조건은 다를 겁니다. 하지만 이들은 평균 매출의 약 20%를 수수료 개념으로 가져간다고 합니다. 영업이익의 20%도 아니고 매출의 20%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죠. 호텔이 적자를 보더라도 글로벌 체인들이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이지요. 총지배인도 본사에서 선임하기 때문에 호텔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보다 본사에 돈을 더 보내주는 사람을 선호하겠죠.  

총지배인이 외국인인 호텔들은 거의 글로벌 본사가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호텔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들 호텔들을 자세히 보면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거의 한국인들인데 총지배인이나 임원급들은 외국인들이 많을 겁니다. 글로벌 체인에 한국인이 총지배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소수에 불과하고 주로 비즈니스급 호텔에 선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호텔업계서 종사하는 한국인은 하얏트에서 일하고, 포시즌스에서 일하는 브랜드 자부심은 있을지 몰라도, 승진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외국기업들 배만 불려주는 게 외국계 체인 호텔의 한 단면일 수 있습니다. 워커힐이 메리어트와 결별하고 신세계조선호텔이 메리어트와의 결별설이 꾸준히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 있어 롯데호텔이나 신라호텔 등 로컬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그나마 임원으로의 승진 기회가 높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중 롯데호텔은 국내 브랜드이지만 힐튼, 하얏트, 메리어트 등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호텔 체인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 신라호텔에 대한 평가는 좋지만, 안타깝게도 신라호텔은 해외 진출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중국 소주에 진지레이크 신라호텔을 위탁운영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이 호텔의 존재감에 대해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이 호텔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 수도 3명에 불과하다네요. 베트남 다낭에도 신라스테이를 위탁운영 형태로 오픈할 예정이라는데 아직까지 오픈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 내부./사진=미디어펜

반면 롯데호텔의 해외 진출 속도는 매우 공격적입니다. 롯데호텔은 국내에만 19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과 러시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일본 등에 11개 등 총 30개의 호텔을 소유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5년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로 알려진 55층 높이의 더 뉴욕 팰리스 호텔을 인수했을 때 큰 이슈가 되기도 했었죠.  뉴욕 타임스퀘어 인근에서 롯데호텔의 간판을 보고, 괌에 갔을 때 웨스틴, 아웃리거, 니코 호텔 등과 함께 경쟁하고 있는 롯데호텔을 봤을 때의 기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롯데호텔은 호텔 카테코리도 6성급인 시그니엘을 비롯해 5성급인 롯데호텔, 부티크호텔 L7, 비즈니스호텔 롯데시티호텔, 리조트인 롯데리조트 등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샹그릴라가 전 세계에 65개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고 만다린 오리엔탈이 13개국에 21개의 호텔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롯데호텔의 운영 호텔은 양적인 면에서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닙니다. 물론 샹그릴라와 만다린 오리엔탈은 럭셔리 호텔로 분류되고 있기는 하지만요.

국내 로컬호텔 중 가장 글로벌 체인들과 경쟁할 수 있는 호텔 체인은 롯데호텔이 유일합니다. 언제까지 우리는 제대로 된 호텔 브랜드를 보유하지 못한 채 글로벌 체인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종속관계에 머물러야 하나요. 우리 호텔들도 해외에 진출해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인력을 파견하고 수수료를 받아오는 구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만의 호텔 문화와 브랜드를 보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어려운 길을 롯데호텔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롯데호텔은 '아시아 톱3 브랜드'가 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롯데호텔은 좀 더 섬세하고 디테일함을 갖출 필요가 있지만 글로벌 호텔 체인들과 경쟁하겠다는 의지와 노력만은 높이 사고자 합니다. 

   
▲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사진=호텔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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