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기업 규제 법 아냐…세계 추세에 역행
기업 계열사 간 내부 거래, '부당거래'와 구분해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재벌 총수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국정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제정 된지 38년이 흐른 지금,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개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정 방향이 기업 활동을 옥죄는 대기업 규제, 독과점규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등에 편중돼 있어 기업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미디어펜은 공정위의 개정안에 포함된 △사익편취규제 적용대상 확대 △순환출자규제 강화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제도 강화 △대기업기반 소속 공익법인 규제 △지주회사 제도 개편 등 기업을 옥죄는 개편안에 대해 분석해보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공정거래법 개정안 왜 문제인가①]-사익편취 규제 적용 대상 확대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사익편취 규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부당 거래'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어서 관련 개정안이 기업을 옥죄는 규제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 계열사 간 거래와 부당 거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4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재벌 총수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을 실시, 사익편취규제의 적용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개정 이유에 대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가 2014년 2월 도입·시행 됐으나 규제 회피 행위 발생 등 규제의 실효성 정합성에 대한 비판이 지속됐고, 공정위 실태조사 결과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 추세일 뿐만 아니라 규제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서 규제대상 회사보다 더 높은 비중으로 내부거래가 지속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또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일 때 '내부거래' 규제 대상인 것에 대해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이 사익편취 규제의 기준과 서로 달라 '규제 간 정합성도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현행 기준을 상장회사, 비상장회사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이들이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의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한 개정안은 기업 계열사 간 내부 거래 모두를 '부당한 거래'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어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규제에서 벗어난 사각지대'라는 표현도 정부 개입을 타당화 하는 논리일 뿐 허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규제 대상이 아닌 사안에 대해 '규제 사각지대'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정부 개입을 타당화 하려는 시도는 잘못된 것"이라며 "정부가 모든 현실을 100% 인지해 사각지대 없이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대상 퍼센티지를 바꿔 감시 폭을 늘리는 방향이 아닌, 기업의 경영 자유를 존중해주는 쪽으로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기업 규제하는 법 아냐…세계 추세에 역행

공정위가 법적 근거로 삼고 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시장경제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으로 세계 100여개 국가가 집행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해당 법률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게 한다는 본래 법 취지와 달리 대기업을 규제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특히 '기업 계열사 간 거래' 조항의 위치를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정하는 '제5장 불공정거래행위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의 금지'에서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을 다루는 '제3장 기업결합의 제한 및 경제력집중의 억제'로 변경하겠다는 움직임은 이를 '경쟁 제한 행위' 측면에서 다루지 않고 '재벌 규제'로 다루겠다는 의미여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쟁제한행위'가 독점규제법의 전통에 의해 과학적 기준을 가지고 규제하고 있다면, 우리나라 특유의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은 자주 개정되는 공정거래법을 통해 정부의 자의적 사전 규제로 집행되는 것이어서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기업 계열사 간 내부 거래, '부당 거래'와 구분해야

공정위가 '기업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사익 편취'로 규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업 계열사 간 거래는 '부당 거래'와 다른 것임에도 모든 계열사 간 거래를 '부당한 사익 편취'로 규정해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업의 경영 전략인 '거래'를 '불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열사 거래는 '기업 내부의 부당거래'와 다름에도 대다수가 혼돈하고 있다"며 "가격 담함 등 부당공동행위가 아닌 한 경쟁제한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계열사 거래는) 경쟁 제한성이 없기 때문에 '경쟁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으로 규율하는 나라도 없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열사 간 거래는 기업의 경영 전략 중 하나일 뿐"이라며 "계열사 간 거래가 '정상적인 시장가격'에 근거하고 있는 한 비리로 몰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일감 몰아주기'라는 용어로 해당 거래를 범죄화 시키더니, 이제는 '사익 편취'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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