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규제 강화·지주회사 개편 시도하는 공정위
기업지배구조 공정거래법과 무관…‘직권남용’ 멈춰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재벌 총수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국정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제정 된지 38년이 흐른 지금,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개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정 방향이 기업 활동을 옥죄는 대기업 규제, 독과점규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등에 편중돼 있어 기업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미디어펜은 공정위의 개정안에 포함된 △사익편취규제 적용대상 확대 △순환출자규제 강화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제도 강화 △대기업기반 소속 공익법인 규제 △지주회사 제도 개편 등 기업을 옥죄는 개편안에 대해 분석해보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공정거래법 개정안 왜 문제인가②]'정답' 없는 기업 지배구조에 '획일성' 강요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이전부터 기업의 지배구조에 관심을 보여 왔다. 때문에 이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도 순환출자 규제와 지주회사 개편 방안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문제는 공정위가 ‘정답’이 없는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이에 대해 지시할 권한이 없음에도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25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 순환출제 규제와 지주회사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의 지배구조를 정부의 편의대로 바꾸려는 움직임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자유에 맡겨야 할 기업의 지배구조에 정부가 ‘획일적인 방법’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80년대부터 미국, 유럽, 일본, 한국, 그 외 신흥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지배구조가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연구 결과 ‘기업 지배구조에 모범 정답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로 내려오고 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순환출자는 잘못된 것이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정답’인 양 요구하고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 로고./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최근에는 지주회사마저 “‘사익편취’ 용도로 변질됐다”며 규제 강화의 움직임을 보여 지탄을 받았다.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주회사로 전환했는데, 이것마저 잘못됐다고 하니 기업 입장에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또 공정위가 문제 삼고 있는 ‘대기업 경제력 집중’은 기업이 양극화의 주범이고, 모든 부가 기업에만 쏠리고 있다는 ‘반(反)기업 논리’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공정위가 언급한 ‘경제력 집중’은 편향된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 나쁜 것처럼 보일 뿐, 규제 대상의 논리로 삼기엔 어폐가 있다. 

‘경제력 집중’은 1970년대부터 문제제기가 시작됐다. 이 시기는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절대적 빈곤이 해결된 시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양극화’만 부각시킬 뿐 대다수의 국민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다. 경제성장의 중심에 기업이 있었다는 점을 외면한 채 편향된 시각에서 법안 개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순환출자 규제 강화·지주회사 개편 시도하는 공정위

공정위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으나, 기존의 순환출자가 지배주주의 과도한 지배력을 유지, 지배구조의 투명성 저하 등의 폐해가 있어 원칙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며 기존 순환출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대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순환출자가 ‘A→B→C→A’ 구조인 경우 C가 A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지주회사의 경우 지주회사는 그동안 ‘금지→부활→장려→규제’라는 혼란이 지속돼 왔다. 공정위는 또 자회사·손자회사의 의무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담은 지주회사 규제안을 논의 중이다. 지주회사들이 설립 목적과 달리 배당 외 수익에 의존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사익 편취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지주회사가 이제는 ‘재벌개혁’의 이름으로 규제의 대상이 된 셈이다. 공정위의 이 같은 방침에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에 대한 규제와 통제는 줄이고 자유를 주었을 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며 “정부가 모든 것을 다 정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지배구조, 공정거래법과 무관…‘직권남용’ 멈춰야

공정거래법의 본래 목적은 △경쟁질서 보호 △경쟁을 통한 시장 개방성과 계약 정의의 보장 △이를 통한 소비자 효용의 극대화 추구 등에 있다. 다시 말해 공정거래법은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때문에 순환출자, 지주회사 문제는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와는 무관한 것이어서 공정거래법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때문에 순환출자 문제는 투명성과 위기 시 동반 부실과 관련해 투자자나 은행(채권자)가 판단할 문제지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지주회사도 마찬가지다. 손자회사, 증손자회사 등 몇 단계까지가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지배구조가 좋은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기업이 전략적으로 판단할 영역이라는 의미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지배구조는 경쟁법(공정거래법) 정책의 적절한 대상이 아니다"며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 금지를 제외한 나머지 인위적인 시장집중억제책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학자들조차 한국식 경제력집중 억제책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중국 대기업에 오히려 좋은 정책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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