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후 첫 행보 절박한 미국행
美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부과 협의
관세율 낮추면 현대차 입장에서 큰 혜택
관세 25% 적용땐 영업손실만 3조5천억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대북 경제사절단을 포기하면서까지 미국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지난 14일 승진 이후 이틀 만에 첫 공식 일정으로 챙길 만큼 정 수석부회장의 입장에서는 절박한 출장이다. 미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자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사진=미디어펜


미국은 현대기아차의 최대 수출국으로 관세 부과의 예외를 인정받거나 관세율을 낮게 적용받기 위해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26일 관련업계와 현대차에 따르면 방미 중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18일(현지시간) 월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과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다. 이어 USTR 대표까지 만나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대표단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사활이 걸린 ‘수입차 관세 폭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고 업계는 이 같은 행보에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특정 수입 물품이 국가 안보를 해칠 경우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수입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962년 제정된 뒤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2건에 불과하지만 자국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활시켰다. 

현대·기아차의 입장에서 미국이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면 양사 합쳐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으로 연간 약 3조5000억원의 관세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관세 부과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사실상 대미 수출길이 막혀 한국 자동차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 점유율의 약 8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입장에서는 직격탄으로 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자동차 관세 부과를 확정하기 이전 자동차 수출업체 등으로부터 의견을 듣는 중에 있다. 만약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상무장관과의 면담에서 관세 예외국으로 인정받거나 관세율을 크게 낮춘다면 다른 수출업체에 비해 큰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사실상 그룹 내 경영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2인자의 위치에서 리더십은 한층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이 수석부회장으로 올라선 이후 현대차그룹의 차기 총수로서의 사실상 시험대인 셈이다. 

미국은 올 초 무역확장법을 통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에서 한국을 예외 국가로 분류했다. USTR과의 협상에서도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쿼터를 두는 것으로 확정지었다. 

현대차의 상반기(1~6월)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감소한 47조1484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7.1% 하락한 1조6321억원, 당기순이익은 33.5% 감소한 1조5424억원이다.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따른 피해를 온몸으로 받은 셈이다. 

특히 미국 시장 판매 부진은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올 상반기 현대차는 미국 시장을 제외한 모든 시장에서 판매가 증가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미주 권역에서만 지난해 대비 3.3% 감소한 57만 6000여대를 판매했다. 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 집계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미국 시장에서 기아차는 상반기 전년 대비 5.5% 하락한 28만7000여대를 팔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기아차의 관세부담이 최대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경우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49%나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대미 자동차 수출을 늘려왔고 현지 공장도 증설한 가운데 관세 폭탄은 현대기아차의 입장에서 치명적”이라며 “정 수석부회장이 미국 상무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관세 예외조치 또는 관세율을 낮출 경우 글로벌 자동차 수출국에 비해 월등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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