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고수 vs 북 '종전선언 통한 신뢰구축' 상응조치 요구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9월2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회동한 사실을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회동에 대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후속 조치들에 대해 논의했다"며 "매우 긍정적인 만남이었다. 많은 일이 남았지만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사진=폼페이오 국무장관 트위터 제공


[미디어펜=김규태 기자]1년으로 내걸었던 이행 시한을 설정하지 않으면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고수한 미국에 대해 북한이 '선(先) 비핵화 불가' 입장을 밝히고 종전선언을 통한 신뢰구축 등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미국과 북한이 협상 주도권을 놓고 샅바싸움에 들어갔다.

이번 뉴욕 유엔총회에서 계속해서 '선 비핵화 후 대북제재 해제'를 내걸었던 트럼프 미 정부가 북측의 '상응조치 동시행동' 입장을 수용할지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받아 이달 4번째로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고, 비핵화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자리한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한측 대표단에게 회동을 갖자고 제안한 상태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할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한반도 비핵화도 신뢰 조성을 앞세우는 데 기본을 두고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행동의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레버리지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 리용호 외무상은 "핵시험 로케트 시험발사를 문제시해 제재결의들을 쏟아낸 유엔 안보리이지만 시험들을 중지한지 근 1년이 된 오늘까지 제재가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 커녕 변한 것이 없다"며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의 망상에 불과하고 제재가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러한 북한의 강경한 입장에 앞서, 미국은 비핵화 시간표를 지우면서 시한에 구애받지 않는 보다 유연한 기조로 전환하고 철저한 제재 결의 이행과 비핵화 조치가 우선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고수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북한을 주제로 열린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대북 제재에 대해 "북한의 최종적인 비핵화가 완전히 달성되고 완전히 검증될 때까지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우리의 엄중한 공동 책임"이라며 "안보리 결의안은 FFVD 실현 때까지 반드시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유엔 안보리 기조연설에서 "안보리의 기존 대북제재 결의를 북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이행해야 한다. 북한은 더 많이 해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교착되었던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려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성사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북한의 '상응조치 동시행동' 카드를 미측이 받을지가 관건이라고 보았다.

김흥규 아주대 정외과 교수는 이에 대해 "작년 전쟁 발발 직전까지 갔지만 현재의 반전은 극적이다. 잘 이어지길 바란다"고 기대했고, 우정협 세종연구소 외교안보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으로부터 무엇을 얻고 싶은지 명시화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지만 진전이 있었다. 언제 무엇을 성취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탐사전문가인 팀 셔록 기자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상응하는 조치를 원한다는 표현은 매우 조심스럽고 면밀히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정부는 상당히 진지하게 어떠한 상응조치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단계적으로 상황을 풀어나가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측의 핵심 요구사항인 '상응조치 동시행동'에 대해 우정협 실장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서 종전선언할 의지가 있겠느냐도 확인해야 한다"며 "북한이 교환 의지를 표명한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미국이 이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건지 의사를 명확히 해야 한다. 서로 교환조건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용호 외무상 등 뉴욕을 방문중인 북측 대표단 관계자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취재진에게 "떠날 때까지 말할 기회가 있을 것 같지 않다"며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미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물밑협상에서 '선 비핵화 대 선 종전선언' 등 서로의 입장을 살핀 양측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