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탱크 주변에 콘트리트로 공간 확보 규정에도 잔디 깔려
석유비축시설서 3년간 안전검검 지적 106건…초동대응 난항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지난 7일 경기도 고양 저유소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석유비축시설의 화재 안전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방청 국정감사에서 소방시설 전문가들과 고양 저유소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유류탱크 통기관 결합 불량 및 인화방지망 찢어짐 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규정상 유류탱크 주변엔 콘트리트 등으로 연소확대 방지공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탱크 주변에 잔디가 깔려있는 등 규정 위반이 방치됐다"며 "안전관리가 허술했다는 단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정부 석유비축시설 안전점검 현황'에는 최근 3년간 실시된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총 106건의 안전점검 지적이 나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중 건축 구조물이 31건의 지적을 받았으며, 전기·소방에서도 각각 27건과 26건의 지적사항이 발견됐다. 특히 거제지사는 건축 구조물 8건을 포함해 총 19건의 지적을 받았다.

2016년 거제지사는 소방호스 연결구 부식과 옥외 소화전 소방호스 적재상태 불량, 서산지사는 위험물 간이 저장소에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내구연한이 지난 분말 소화기를 비치하고 있던 지사가 있었으며, 화재감지기 작동 불량은 물론 산불화재를 대비하기 위한 비상 연락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도 있었다. 유류 탱크 결함·소방도로 균열·합선 우려 등의 문제가 발견되기도 했다.

   
▲ 11일 화재 합동감식팀이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유증 환기구를 조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역시 화재시 긴급 가동되는 소방엔진펌프 연료 부족이 지적을 받았으며, 고양 저유소 화재 당시에는 소화펌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초기 진화에 실패하는 등 화재 초동대응 방안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석유비축시설은 화재 및 폭발 등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지만, 소방설비는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법적 점검은 11년마다 실시되는 정기구조점검과 연 1회 육안점검만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석유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 석유공사가 관리중인 비축기지에는 공기 중 유증기를 재액화시키는 유증기 회수장치를 갖춘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거제와 여수 등 전국 7개 지역에 총 66개 비축기지를 운영·관리하고 있는 석유공사는 3000만배럴 이상의 석유를 저장하고 있으며, 국내 6개 정유사도 1945개 저장탱크에 1억6000만배럴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정 의원은 현행 소방법에 의무화 규정이 없어 유증기 회수장치 설치 여부 관련 구체적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고양 저유소처럼 유증기 배출구를 갖추고 있는 석유비축기지 등 저장탱크에서도 자그마한 불씨가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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