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말 바꾸며 사업 인가 미뤄…"신뢰회복이 우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자리에도 변화가 닥쳐올 전망이다. 지난해 말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경우 2022년까지 128조원, 2030년까지 최대 460조원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강력한 규제로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본지는 '금융이 희망이다'라는 주제로 금융업권의 규제 완화 목소리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퀀텀점프 코리아 2020] 금융이 희망이다②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5개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이 전개되고 있지만, 사업의 핵심인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곳은 여전히 두 곳밖에 되지 않고 있다.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지향했던 당초의 청사진에도 좀처럼 탄력이 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국내 5개 대형 증권사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초대형 IB로 지정됐지만 약 1년간 일어난 변화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가장 큰 이유는 초대형 IB 사업의 핵심인 발행어음업 인가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이미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양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3개 증권사는 초대형 IB 지정 이전과 사실상 달라진 점을 느낄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초대형 IB 육성안 발표 당시만 해도 모험자본 육성을 위해 자기자본금 4조·8조원 이상의 회사들에 발행어음과 기업대상 외국환 거래 등을 허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말을 믿고 증권사들은 증자 등을 통해 해당 자본금 기준을 부랴부랴 충족시켰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5개 대형 증권사 자기자본은 미래에셋대우가 8조 1649억원으로 현재 종합투자계좌(IMA)가 가능한 8조원까지 넘긴 상황이다. 이어 NH투자증권 4조 8723억원, 삼성증권 4조 5490억원, KB증권 4조 3911억원, 한국투자증권 4조 3104억원 등의 순서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외국한 거래는커녕 발행어음 사업조차 영위하는 회사는 2개사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이 ‘심사’를 통해 발행어음 인가를 내주겠다며 느닷없이 진입 장벽을 높였기 때문이다. 증권사와 당국의 신뢰에 처음으로 금이 가게 된 순간이다. 이후 미래에셋대우, KB증권, 삼성증권은 제각각의 이유로 현재 발행어음 인가 승인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초대형 IB 지정 이후 곧바로 허용했던 기업 대상 외환 업무도 보류된 상태다. 초대형 IB 중에서도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에 대해서만 허용한다는 조건이 추가됐지만 이 약속마저도 지켜지지 않아 당국과의 신뢰관계는 다시 한 번 큰 타격을 입었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초대형IB는 당국과 업계의 ‘불신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증권사들은 내부에서 ‘무리’라는 비판이 나오는 걸 감수하면서도 정부의 약속만 믿고 자본금을 늘렸다”고 짚으면서 “정부가 약속을 어기는데 누굴 믿고 사업을 펼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 가지 희망적인 상황은 현재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규제 완화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4일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1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 “자본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증권사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투자은행 관련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말해 업계의 기대감을 자극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그간 속도를 내지 못했던 발행어음사업 인허가 관련 방안들이 속도를 낼 수 있길 기대한다”면서 “한국형 골드만삭스 육성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당국과 업계의 신뢰 회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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