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전기를 맞았다. 그 주축은 호주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아시안게임 대표팀 출신 황의조-황인범-김민재다.

지난 17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A매치 평가전에서 한국은 호주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결과와 내용에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우선 한국은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비겼다. 1-0으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둔 후반 추가시간, 그것도 경기 종료 불과 몇 초를 남겨두고 동점골을 내줬다.

내용 면에서는 한국이 호주에 압도적으로 밀렸다. 슈팅수만 봐도 한국은 4-18로 절대 열세였다. 호주가 골 결정력만 좋았다면 비기기도 힘든 경기였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무패 행진(2승3무)을 이어갔다. 이번 호주전은 처음으로 원정으로 치른 경기였는데 잘 버텼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벤투호 3기는 이전 대표팀의 주축들이 대거 빠진 상태다. 에이스 손흥민과 중원 사령탑 기성용을 비롯해 황희찬, 이재성, 정우영, 장현수 등이 이런저런 이유로 제외됐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럼에도 원정 호주전을 1-1로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존재감을 키운 황의조(26·감바 오사카), 황인범(22·대전), 김민재(22·전북)의 활약이었다.

황의조는 완전히 대표팀 간판 골잡이로 자리잡았다. 호주전에서 전반만 뛰고 부상으로 교체된 황의조는 단 한 차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했다. 후방에서 김민재가 내준 롱패스를 상대 수비라인을 뚫고 잡아 드리블 돌파를 했고, 수비수가 마크 들어오기 전 지체없는 슈팅을 했다. 골문 좌측 모서리 쪽으로 날린 정확한 슈팅은 골잡이로서 흠잡을 데 없었고 완벽한 골을 만들어냈다.

아시안게임 득점왕(9골)에 이어 소속팀 감바 오사카에서 최근 6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보여준 절정의 골 감각을 A매치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경기 시작 후 일방적인 수세에 몰렸던 한국의 기를 살려준 선제골이었다.

황인범은 은퇴를 앞둔 기성용의 뒤를 이을 미드필더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눈도장을 제대로 찍어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은 그는 지난달 파나마전에서는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기세를 호주전에서도 이어갔다. 기성용보다는 공격적 성향이 강해 수비 시 협력플레이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있지만 워낙 활동 반경이 넓은데다 패싱력과 슈팅력까지 갖췄다.

후반 15분 황인범은 자신이 얻어낸 프리킥의 키커로 나서 예리한 슛을 날리기도 했다. 골문을 살짝 비켜간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기성용 선배가 편안하게 은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농담을 섞어 자신감을 나타냈는데, 그저 젊은 치기로 한 말이 아님을 호주전 활약으로 증명했다.

김민재는 중앙수비수로서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해 장현수의 대표팀 자격 영구 실격으로 허전해진 수비라인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호주의 파상 공세를 길목을 차단해가며 막아냈고, 수비 라인의 조율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황의조의 선제골을 만들어낸 긴 전진패스에서 너른 시야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대표팀의 주축 수비수로 활약했던 김민재는 무릎 부상 때문에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부상 회복과 함께 다시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호주전 김민재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한국축구의 10년을 이끌 재목"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의조-황인범-김민재가 각각 공격-중원-수비의 핵심 선수라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다. 대표팀의 미래에 근간을 이룰 자원들이 이처럼 각 포지션에 고르게 포진해 있다는 것은 자연스런 세대교체를 위해 더없이 좋은 조건을 이룬 것으로 봐야 한다.

황의조는 준비된 스트라이커지만 다소 늦게 기량을 꽃피운 측면이 있으나 황인범과 김민재는 1996년생으로 아직 20대 초반이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을 넘어 차기 월드컵까지 바라봐야 하는 벤투호가 호주전을 통해 미래의 기둥들을 확인한 것은 최대의 수확으로 꼽힐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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