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김재환(두산 베어스)이 2018년 한국 프로야구의 MVP로 선정된 것은, 유감이다.

19일 열린 '2018 KBO 시상식'에서 김재환은 시즌 MVP를 수상했다. 한국야구 기자회 소속 회원 111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김재환은 총점 487점(1위 51표·2위 12표·3위 8표·4위 2표·5위 3표)을 받아 팀 동료인 린드블럼(2위·367점) 양의지(4위·254점) 후랭코프(5위·110점), 그리고 넥센 박병호(3위·262점)를 따돌렸다. 

영광스러운 수상이지만 '김재환'이기에 많은 뒷말을 낳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금지약물 복용 전력 때문이다.

김재환은 2011년 파나마 야구월드컵에 참가한 뒤 도핑 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이 나와 징계를 받았다. 당시엔 약물 관련 규정이 엄격하지 않아 10경기 출전정지의 징계에 그쳤지만 김재환에게 '약물'은 지금까지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 사진='더팩트' 제공


올 시즌 홈런왕과 타점왕 2관왕에 오르고 팀 4번타자로서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에 크게 기여를 했으니 자격만 놓고 보면 김재환의 MVP에 토를 달 이유는 없다.

다만, 김재환이 MVP 수상 후보에서 왜 스스로 사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수상할 경우 후폭풍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김재환에게 MVP를 안긴 투표 결과는 논외로 치자. 야구 현장 취재 경험으로 볼 때, 기자들이 '곁'에서 지켜본 김재환은 약물 과오를 '이제는' 넘어설 만한 성실한 모습과 좋은 성적이라는 결과를 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일단 스토리는 괜찮으니까. 어두운 과거를 딛고 열심히 노력해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고, 그라운드에서 훈련하거나 경기할 때 진지하게 운동에 매진하고, 그라운드 밖에서는 결혼해 딸 셋을 둔 가장으로서 성실하게 살고 있고.

김재환도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그런 책임 같은 것들을 더 무겁게 갖고 가겠다.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좀 더 성실하고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과거 잘못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다시 반성했으며, 더욱 성실한 모습 보이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럼에도 유감이다.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주연상을 받은 가상의 배우와 비교해 보자. 이 배우는 사생활 문제나 금전적 문제 등으로 사회를 물의를 빚었는데 권위있는 영화제에서 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팬들 입장에서 개운하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없다. 그 배우는 '연기'로 평가를 받아 수상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재환도 온전히 '야구실력'으로 MVP를 받았으니 문제삼을 필요가 없는 것일까. 아니다. 약물은 다르다. 공정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김재환이 한 차례 실수로 금지약물을 복용했고, 오래 전 일이고, 약물 효과가 실제 야구실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물은 아니다. 

스포츠계에서 왜 약물에 대해 유난히 촉각을 곤두세우겠는가. 페어플레이가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동등한 출발선에서 출발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승부를 가리는 것이 스포츠다. 약물로 인해 조금이라도 공정성이 깨졌다면, 경쟁 상대는 박탈감을 느낀다. 다른 선수들도 쉽게 약물 유혹에 넘어갈 수 있게 만드는 악영향도 있다.

김재환의 홈런왕과 타점왕 수상을 축하한다. 하지만 MVP 수상은 유감이다. 김재환이 "짊어지고 갈 책임"이 있다고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그 책임을 다한다는 심정으로, 투표로 선정되는 MVP만큼은 스스로 후보에서 사퇴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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