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빠진채 경사노위 22일 출범…진보진영과 정부, '근로시간 조절' 현안으로 밀월관계 냉각
   
▲ 사진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 네번째)을 비롯한 집행부 관계자들이 11월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1·21 총파업 투쟁승리! 민주노총 시국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연합뉴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여야 합의로 추진중인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로 문재인 정부와 진보시민사회와의 대립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빠진 채로 노동정책 협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22일 공식 출범시킨다. 출범 장소는 청와대로 결정됐다.

이날 경사노위 첫 본위원회 회의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를 논의할) 의제별 위원회를 산하에 설치하는 방안을 심의할 예정인 가운데, 민주노총은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재차 이를 규탄하고 21일 20만명 규모의 전국적인 총파업을 예고했다.

더욱이 민주노총의 이러한 움직임에 첨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정의당이 가세해 정부의 탄력근로제 확대를 비판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당초 이들 진보진영은 문재인 정부 출범에 힘을 합쳤던 일종의 우군으로서 밀월관계를 유지했지만, 이번 근로시간 조절 현안으로 인해 양측 관계가 급격히 냉각됐다는 평가가 커지고 있다.

앞서 이들을 비롯한 6개 시민단체는 19일 국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탄력근로제 확대는 노동억압사회"라며 "사용자의 비용만 줄일뿐 노동자들은 주 64시간까지 초 장시간 노동을 초래한다"며 반대했다.

52개 진보노동단체를 대표하는 민중공동행동 또한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할 권리, 적폐청산을 위한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정당하다. 민노총과 연대해 문재인 정부의 친재벌-반노동정책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노동계 총파업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민주노총을 향해 "합법의 범위 안에서 집회와 시위가 이루어지도록 협력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고, 경찰에게는 "(총파업이) 법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지도하고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민노총을 위시한 진보진영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해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유연성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기성 교수는 "더군다나 탄력근로제 확대를 6개월 단위로 하면 해당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주 52시간 근무는 동일하다"며 "노동계 일각에서는 주당 64시간까지 일하는 것이 인간다운 삶에 어긋난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사회실장은 문재인 정부와 진보시민사회와의 대립각에 대해 "민노총과 진보진영이 계속 주장해온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공약사항으로 걸었던 국제노동기구(ILO) 협약비준인데,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협약을 비준하게 되면 공무원과 전교조 교사들이 파업하는 권리를 보장하게 되는데 이는 여러 국내법과 부딪히는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민노총은 총파업을 이틀 앞둔 19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노동관계법 개혁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주희 실장은 "결국 참여연대나 진보시민단체는 민노총과 함께 진짜 노동약자를 위한 파업이 아니라 진보진영의 파업권 혹은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 반발에 가세하는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며 "스스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것과 이율배반적인 주장으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실장은 "세 싸움의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진보진영 간의 힘겨루기라는 측면도 보여진다"며 "진보측이 물러서면 정부가 진보측 입장을 외면할 것이라는 우려 측면에서 민주노총에게 힘을 실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부 업종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는 고용노동부는 19일 탄력근로제 확대를 추진하되 오남용 방지 방안을 만들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사노위 출범과 관련해 "탄력근로제 문제에 대해 경사노위에서 사회적 대화를 하고 국회에서 후속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회적대화 복원 및 기구개편, 합의사항 도출 등 그동안의 성과를 격려하고 새로운 사회적대화 출발 의미를 강조하는 뜻에서 대통령이 청와대로 초청하는 형식으로 행사를 연다"고 설명했다.

민변·참여연대·정의당 등 진보진영이 가세했지만 정부와의 대립각이 커진 것과 별개로 민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 안에서 주장하고 타협하려는 자세가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가 커지고 있다.

향후 출범할 경사노위에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노동 개혁정책에 대해 민노총과 진보진영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