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DS 완공시 저유황유 시장 확대 수혜 입을듯
고가 소방차·해상방재선 등 통한 안전대책 모색
[미디어펜=나광호 기자]"1964년 상업생산을 시작해 안전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기보수를 통해 일정기간이 지난 설비들은 교체하기 때문에 노후화로 인한 위험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6일 SK이노베이션 울산CLX에서 만난 최환수 과장은 "정유·화학공장 사고는 경제적 손실 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적 문제도 불거진다는 점에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SK이노베이션·SK에너지·SK종합화학·SK루브리컨츠 등 SK이노베이션이 만드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울산CLX의 면적은 여의도 3.5배 규모로, 원유도입부터 반제품 및 완제품 생산에 이르는 수직계열화가 이뤄져 있다.

해방 후 원산에 있는 저장탱크를 울산으로 옮기려고 했던 것이 6·25전쟁으로 무산됐으나,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첫 사업으로 대한석유공사를 만들면서 울산CLX의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에는 일일 생산량이 3만5000배럴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84만배럴로 단일 규모 세계 최대 컴플렉스로 거듭났다. 

교대근무자 1500명 가량을 포함해 총 3000여명의 근로자가 있는 울산CLX는 △정유공장 5개 △납사크래커(NCC) 및 NEP △올레핀 공장 2개 △중질유 분해 설비 3개 등으로 구성됐다. 또한 22척의 선박이 동시에 접안 가능하며, 내항에는 2만톤, 외항에는 17만5000톤의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다. 

   
▲ 울산CLX 야경/사진=SK이노베이션


최 과장은 설비들이 X-레이 및 비파괴 검사 등을 통해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있으며, 송유관 외부에 녹이 슬었지만 안전성이 유지되는 범주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틸렌 저장탱크는 기화 방지를 목적으로 액화질소를 활용해 영하 175도 이하로 저장하며, 저온 저장을 선택한 것은 압축저장의 위험성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공장마다 조종실이 별도로 있어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고, 원유선이 들어올때 사고 발생 및 확산 방지 등을 위해 감시선과 해상방재선이 함께 이동하는 등 안전문제 대비 시스템을 강조했다.

울산CLX가 운영하는 해상방재선 3척 뿐만 아니라 해경·공동조합·지자체 등도 선박을 보유하고 있고, 10~20억원의 소방차들이 화재 발생시 출동한다. 또한 현장에 있는 소방대기 초동조치를 시행하고 울산 남부소방서 등 다중 화재 진압 체계가 구축됐으며, 민관합동 훈련도 실시되고 있다.

항만의 구조도 울산CLX의 안전성을 높이는 요소다. 울산CLX가 있는 장생포항과 현대미포조선이 있는 미포항은 내항으로, 외항인 울산항이 태풍과 해일을 비롯한 자연재해를 1차적으로 막아주기 때문이다.

   
▲ 울산CLX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울산CLX 관계자는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설치한 50MWh급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대해 공장들이 ESS를 설치하려고 하지만 아직은 관련 데이터가 적어 실제로 운영을 해봐야 그 효용성을 알 수 있다면서도 성과가 나타나면 적용 및 확장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용량 ESS를 통해 전력요금을 절감하게 되면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으며, 안정적 운영에 성공할 경우 잇따라 발생한 화재로 인해 고조되는 ESS에 대한 불안감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에너지는 울산CLX에 세계적으로 저유황유 시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도 건설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공장 내부를 지나는 철도를 없앴다. 과거에는 철도의 효용성이 높았으나 송유관을 비롯한 다른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경제성이 떨어진 탓이다.

이 설비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오는 2020년 초에 완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VRDS 완공시 SK에너지의 일일 저유황유 생산량은 3만8000배럴로높아지게 된다.

한편 최 과장은 고양 저유소 화재에 대해 "정유·화학공장에 불이 났는데 헬기로 물을 뿌리면 기름이 물에 떠 화재 확산 및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폼을 쏴서 공기를 차단시켜야 하지만 불이 너무 강하면 폼이 땔감이 될 수 있어 처리 가능한 물량을 제외한 일부를 태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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