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성차별 해결 위해 여성의 경제적 독립 중요…민간거버넌스에 의한 성평등 운동 현 주소는
봉사는 '베풀기'가 아닌 '더불어 살기'라는 말이 있다. 가진 것을 다른 이에게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봉사라는 뜻이다. 우리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추위와 어려움에 처한 약자들이 많다.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베풀 뿐더러 더불어 살고자 애쓰는 시민단체가 많다. 더불어 살기에는 제한이 없다. 물질이든 일손이든 나눔과 배려 속에 우리사회는 더 건강해진다. 미디어펜은 '아름다운 동행' 연재를 통해 시민사회 곳곳에 자리잡은 더불어살기 움직임을 조망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언과 사회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아름다운 동행-시민사회 더불어살기⑤]'돌봄과 살림' 성평등 약자인 여성 목소리 커지려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녀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중 81%가 "성별을 기반으로 하는 혐오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느낀다"고 답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처럼 현재 우리 사회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성 간 혐오를 지적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성별 혐오를 근절하고 성차별적인 언어와 혐오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제도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또한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상식적인 토론과 건강한 소통을 통해 양성 모두의 폭넓은 공감을 얻어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자는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 청년운동과 여성운동, 기독교운동, 회원운동 등을 통해 여성들로 하여금 책임있는 행동으로 이웃들에게 사랑을 실천해온 YWCA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의 경제적 독립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YWCA 연합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전제로 민간 거버넌스에 의한 성평등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YWCA는 Young Women's Christian Association의 약자로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이래로 전세계에 널리 퍼져 91개국 2500만명 회원이 활동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기독여성단체다.

YWCA는 돌봄과 살림을 포함해 사회 곳곳에서 성평등 약자인 여성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사회가 보다 건강해질 수 있다고 촉구해왔다.

   
▲ 사진은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월16일 열린 '2018년 찾아가는 성평등교육 - 한국YWCA는 지금 왜 성평등운동을 하는가' 모임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한국YWCA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YWCA의 이러한 성평등 운동은 문재인 정부와의 국정과제와 함께 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미투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피해를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미투운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언급했고, 7월 국무회의에서는 "성평등 문제만큼은 이번 정부에서 달라졌다는 체감을 국민께 드릴 수 있도록 전 부처가 여성가족부와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당시 여성 국회의원 30% 법제화와 내각 남녀 동수 달성, 남녀 임금격차 OECD 평균수준인 15.3% 달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지난해 취임 후에는 '실질적 성평등사회 실현'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실질적으로 성평등 사회를 향한 갈 길은 멀다.

성평등과 관련한 국제지수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지난해 발표한 '성 격차지수'(GGI)에 따르면, 경제참여 기회·교육 성취·건강 및 생존·정치권한 등 각 구성요소에 대해 우리나라는 전체 144개국 중 118위에 머물러 있다.

YWCA는 성평등 사회를 이루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관련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 한국YWCA연합회는 지난 2014년부터 동일임금의 날 제정을 위해 여성·시민·사회단체 및 지역YWCA와 함께 정책토론회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고용평등주간인 5월21~25일을 맞아 21개 지역YWCA에서 거리캠페인을 벌이고 관련 학술토론회를 개최한다고 소개하는 포스터./한국YWCA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특히 YWCA는 '동일가치 노동에는 동일임금을' 운동을 비롯해 여성폭력추방 오렌지 캠페인, 성차별 해소를 위한 개헌 촉구, 남녀동수 개헌 촉구를 위한 300인 선언, '남녀임금차별은 불법' 페이 미투 운동 등을 통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김은경 한국YWCA 성평등위원회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성평등은 사회 전반의 문화와 정서도 중요하지만 법제화를 통해 이끄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남녀의 동등한 의사결정 참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은경 위원장은 "입법과정에서 남녀 동수 문제는 민주주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며 "단지 여성이어서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해서 남녀임금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유엔 또한 '성평등 조직문화 및 여성 경제활동 참여 제고'라는 두 요건을 갖추면 저출산이 해결될 것이라고 권고하고 있다"며 "일-가정 양립과 동일임금 등 여성 경제활동에 있어서 성평등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저출산 해결의 원칙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를 현실에 구현하는 민간 거버넌스의 방법으로 김 위원장은 "서울시와 제주도 등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성평등정책관 임명이나 성평등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이 중요하다"며 "위원회 구성시 연령대와 기관 등 표본을 통해 최대한 다양하게 의견 수렴이 가능한지를 우선한다면 바람직한 민간협치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5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유리천장' 지수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 국회의원의 성비는 남자 83% 대 17%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생활 중 86%는 성차별을 경험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성차별 해결을 위해 민간거버넌스에 의한 성평등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YWCA가 향후 입법과 정책 시행이라는 제도적 안착을 통해 결실을 맺을지 기대된다.

   
▲ 5월16일 한국YWCA연합회 강당에서 열린 '2018년 찾아가는 성평등교육 - 한국YWCA는 지금 왜 성평등운동을 하는가'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한국YWCA 페이스북 공식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