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패션사업 아이콘 이서현 사장 물러나...향후 구조조정 및 매각 가능성도 "경영진들에게 마지막 기회준 것"
   
▲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예고와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이 사장은 오랜 기간 삼성그룹 패션사업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해 왔다. 해외 유명 브랜드들과 디자이너들도 이 사장과 인맥으로 한국에 진출하는 경우도 많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큰 버팀목이 사라지면서 내부적으로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내년 1월부터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 취임한다. 삼성복지재단은 지난 6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이 사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삼성물산 차원에서 이와 관련 공식 인사는 아직 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복지재단 인사 발표에서 이 사장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라고 언급하는 등 이 사장의 퇴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패션부문 사장보다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더 높은 자리라 지위가 격상됐다고 볼 수 있다"라며 "패션부문을 이 정도로 키워놨으니 물러나도 된다고 판단하셨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 사장의 퇴진이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1973년생인 이 사장은 서울예술고를 졸업한 뒤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이 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하며 삼성의 패션 사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05년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과 2009년 제일모직 패션사업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4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일선에 나섰다. 2015년부터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이후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이끌어왔다. 이 사장과 삼성그룹의 패션사업을 분리해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향후 삼성그룹이 분리되더라도 이 사장은 패션부문을 가져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디자이너 정구호와 정욱준을 영입한 것도 이 사장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또 이탈리아 밀라노 편집숍인 '10꼬르소꼬모'가 글로벌 첫 번째 매장으로 서울을 선정하게 된 배경도 이 사장의 영향이 컸다. 일본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의 '꼼데가르송'이 한남동에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게 된 배경에도 이 사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 배경에 대해 삼성물산 패션부문 실적 부진과 3년여 전 단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슈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 스스로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실적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2016년 매출 1조8430억원에 4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패션부문은 지난해에 매출 1조7495억원과 영업이익 326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그러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2649억원에 12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다시 적자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 사장은 패션사업을 통해 '2020년 연매출 10조원 달성'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이다. 

거기다 글로벌 SPA브랜드로 키우겠다고 의욕적으로 출시했던 '에잇에컨즈'도 중국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는 등 부진의 연속을 답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이번 이 사장의 패션사업 퇴진과 함께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진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패션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이 나온다면 대규모 구조조정 및 매각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이 사장이 버팀목이 돼 주어 버틸 수 있었던 임원진(디자이너)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그룹에서 패션사업에 크게 관여하지 못한 게 이 사장 때문일 것"이라며 '이 사장이 이번에 패션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패션 경영진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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