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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전은 돈…소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정부
1만원짜리 일산화탄소 가스경보기도 없었던 강릉 펜션
가스경보기 의무화에도 관리규정 없어 실효성 의문
승인 | 김규태 기자 | suslater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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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12-20 1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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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경제부 김규태 기자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강원 강릉시 저동 한 펜션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명의 사망 원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확인되면서, 관광 활성화와 농가소득 증대를 이유로 펜션업 확대에 열을 올렸던 정부가 도리어 안전에 대해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펜션은 모텔이나 여관과 달리 농어촌정비법상 농어촌민박업으로 분류되어 '경보기 설치 의무'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서류상 조건만 충족하면 아무 제한없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해온 펜션업계 관행이 1만원짜리 경보기가 없었던 사고 현장의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농어촌정비법에는 화재 예방과 관련해 '수동식소화기 및 단독경보형감지기 각 1조씩 구비해야 한다'는 내용만 있을뿐 가스경보기 설치 의무가 없다. 문제의 보일러는 펜션 영업 시작 전 건물이 지어질 때부터 경보기 없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안전 확보에 최소한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근본 명제를 다시 일깨웠다.

또한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야기하는 제도적 맹점이 대한민국 곳곳에 만연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야영장의 경우 2015년 3월 강화도 클램핑장 화재사고 후 허가제로 전환됐고, 3년이 지나 올해 9월 가스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야영장은 지난 몇년간 수차례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어 이같은 규정이 마련됐고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번 사고 대책으로 농어촌 민박에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했지만, 감지기능 등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설치 규정이 없어 대책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하는 격이다.

   
▲ 사진은 12월4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1회 국무회의 모습./자료사진=국무총리실 제공

현행법상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주택·호텔·펜션 시설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을 뿐더러, 종류에 따라 다른 가스 특성을 감안해 설치관리 규정이 구체적이어야 하지만 이러한 규정도 없다.

가령 도시가스 LNG는 공기보다 가벼워 천장에서 30cm 높이에 설치해야 하고, 공기보다 무거운 LPG는 바닥에서 30cm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일산화탄소 경보기의 경우 필터를 꾸준히 교체하는 등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번 사고로 애꿎은 개별체험학습에 불똥이 튄 것도 의아한 대목이다.

교육부는 강릉 펜션 사고를 계기로 대학수학능력시험 후 고교 3학년 학생들 교육과정을 전수 점검하고 안전 우려가 있는 체험학습의 재고를 요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사고 원인과 무관한 조치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식 대책일 뿐더러 수능 마친 학생들을 무의미하게 학교에 붙잡아 두고 자기 주도적으로 갖는 체험학습의 가치를 왜곡하는 부작용이 일어난다는 지적이다.

이번 강릉 펜션 사고는 단돈 1만원짜리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달려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다.

정부가 반년에 한차례씩 농어촌 민박 운영실태를 점검한다고 하지만 허술한 안전 규정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

농어촌 민박은 전국에 2만5000여 곳에 달한다. 제 2의 강릉 펜션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는 '사후약방문'에 그치지 말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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