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 브랜드명과 글씨체, 프로모션까지 '필라이트'와 매우 유사...오비맥주 "사전 소비자 조사 결과 일 뿐"
   
▲ 오비맥주의 신제품 발포주 '필굿'./사진=오비맥주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맥주 업계 1위 오비맥주가 다음 달부터 판매한다고 알린 신제품 발포주 '필굿'이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와 매우 유사하다는 '미투 제품(유사 제품)' 논란이 일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흔히 미투 제품 논란이 있지만 주류 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맥주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들도 많지 않을뿐더러 신제품을 많이 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맥주 사업 자체가 전통성과 정통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유행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탓도 크다. 하지만 최근 오비맥주가 하이트진로가 독주하고 있던 발포주 시장에 진출하면서 유사 제품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 16일 "국내 발포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라며 '필굿'이라는 신제품을 다음 달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필굿'은 시원하고 상쾌한 아로마 홉과 감미로운 크리스탈 몰트를 사용해 맛의 품격과 깊이를 더한 것이 특징"이라며 "사전 소비자 조사에서도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가벼운 목 넘김', '깔끔한 끝 맛', '마시기에 편안한 느낌' 등의 측면에서 높은 선호도를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에서 '12캔에 1만원'에 판매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한 "수차례 사전 소비자 조사"를 진행했다며 소비자 조사를 매우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신제품 '필굿'이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와 매우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7년 4월 업계 최초로 발포주인 '필라이트'를 출시한 바 있다. 일본 등에서는 발포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하이트진로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필라이트'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출고가 덕분에 '12캔에 1만원'에 판매돼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부진을 겪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었다. '필라이트'는 출시 후 1년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4억 캔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필라이트의 높은 인기와 발포주 시장의 확대를 보고 뒤늦게 '필굿'을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필굿'은 '필라이트'와 여러 면에서 유사한 부분들이 많다. 먼저 브랜드명에서 '필라이트'와 '필굿'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영문 표기에서도 'FiL'이라고 영어 소문자와 대문자가 같다. 심지어 글씨체마저 매우 유사하다. 

또한 하이트진로는 '필라이트'를 출시하며 코끼리 캐릭터를 내세웠는데, 오비맥주는 '필굿'에 고래 캐릭터를 사용했다. 하이트진로는 '필라이트'에 코끼리 캐릭터를 사용해 마케팅 효과를 크게 본 것으로 전해졌다. 

거기다 가정용 시장에 진출해 '12캔에 1만원'이라고 알린 전략도 매우 유사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라는 반응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경쟁회사에서 발포주 제품을 내놓을 수는 있지만, 브랜드명과 필체, 프로모션까지 유사하다는 점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맥주를 비롯한 주류 브랜드들은 오랜 역사성을 강조하고 전통성, 정통성을 내세우기 때문에 유사 제품 논란이 거의 없는데 오비맥주에서 필라이트와 매우 유사한 필굿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라고 전했다. 

이에 오비맥주 관계자는 "사전 소비자 조사에서 발포주 이미지가 가볍고 경쾌하고 유쾌하다고 나왔고 소비자들이 발포주는 이래야 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다"라면서 "많은 여러 후보군 가운데 발포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미지로 뽑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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