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미 간 고위급회담에 이어 실무협상까지 이뤄지면서 2월 말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고받기 조합이 어느 정도로 접점을 찾았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18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 고위급회담을 연 데 이어 최선희 북한 외무상 부상도 19~2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첫 대면을 하고 5끼니를 함께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이번에 워싱턴에서 비건 대표의 새로운 북한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간의 상견례가 있었다고 알려지면서 실무협상 라인업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실무협상이 본격화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워싱턴 회담 이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위성 연결로 연설하면서 “김영철 부위원장이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면담을 통해 더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정상이 동의한 한반도 안보와 안정, 평화를 위한 비핵화 달성에는 아직 많은 단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 달성을 위한 또 하나의 좋은 이정표가 될 것이라면서 “양측 간 비핵화 협상이 원만히 진행될 경우 북한의 경제성장을 위한 엄청난 민간 부문 진출이 있을 것이다. 민간 부문은 비핵화 협정의 최종 합의를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의 협상 태도에 대해 “정상회담으로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일부 제재 완화를 언급하는 등 협상 수위를 낮추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물론 그동안 북한이 실무협상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정상회담이라도 해야겠다는 입장일 것이고, 처음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던 미국의 입장이 최근 인도적 지원도 가능하고 경제협력도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위협 감소’ ‘미국민의 안전’ ‘북한의 핵‧미사일 확장 능력을 줄이길 원한다’ 등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핵동결’을 1차 목표로 삼고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를 수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결국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이 북한의 핵동결과 미국의 일부 제재완화라는 스몰딜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미국 정부와 조야의 평가가 엇갈리듯 국내 전문가들도 북미 간 핵 담판이 후퇴했다는 평가와 일보 진전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2019년 1월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듀폰서클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북미고위급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연합뉴스


우선 북미 간 스몰딜 전망에 대해 비핵화에서는 스몰딜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앞으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개선되면서 뒤따를 경제발전과 국제협력, 다자적 안보체제 마련이라는 큰 흐름을 생각하면 결코 작은 협상이 아니라는 평가가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선희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의 스웨덴 회담에 대해 스웨덴 외교부가 밝힌 것을 보면, 비핵화와 경제발전, 지역안보 등을 논의한 것”이라며 “기존 북미 간 비핵화와 상응조치 논의에서 벗어나지 않고,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포괄적인 경제개발과 동북아 지역의 안보를 논의한 것이므로 매우 건설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연구실장은 “북미 간 불신이 깊은 탓에 비핵화 협상을 세부적으로 논의하기 어렵다면 2차 북미정상회담은 경제발전과 지역안보라는 큰 방향성에서 접점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의제로는 북한의 풍계리‧동창리 시설의 국제 검증,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에다 북한의 핵심 미사일 시설인 평양 산운동 미사일공장 폐쇄와 미국의 안보리 제재 해제 약속에 한미군사훈련 전면 중단 및 전략자산 철수, 종전선언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북한이 비핵화 협상으로 시간 벌기를 꾀하고 있지만 핵을 포기할 마음은 전혀 없고, 미국과 한국을 활용해 경제 지원을 받을 것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는 평가도 여전하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원(전 통일연구원장)은 먼저 폼페이오 장관이 말한 대북 민간투자에 대해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는데 민간투자는 성립되지 않고, 시도하더라도 실패할 것”이라며 “결국 미국은 물론 일본도 꺼리는 상황에서 한국정부만 앞장서서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민간투자도 미국 민간기업의 투자가 아니라 남북 간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포함해 한국기업의 대북 투자가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또 전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트럼프의 대북 협상전략으로 볼 때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 의회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면서 “미국이 이란과의 핵합의도 파기한 마당에 이것보다 더욱 엉성한 북한과의 핵합의를 미 의회가 수용할 리가 없다”고 했다.  

아울러 전 연구원은 “북한은 지난 20일에도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했다”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말하는 것으로 김일성의 유훈대로 한반도에서 핵을 가진 미국의 존재를 제거하는 것이다.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는 것이 그들의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정부와 국내 전문가 일각에서는 북미 간 골 깊은 불신을 털어버리는 것이 중요하고 신뢰구축만 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자연스럽게 뒤따를 현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궤도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경제제재 완화부터 요구하고 있으면서 실무협상도 거부하고 있어 완벽하게 북한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어 한계라는 견해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22일(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 석좌는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CSIS에서 워싱턴 특파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난해)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을 반복할 수는 없다”면서 “첫 회담은 원칙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광범위한 원칙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것들을 논의해야 한다. 이번 협상은 매우 진지하고 세부적인 협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