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창작과 보급 목적으로 활용 아닌 '문화예술을 위한' 마케팅 전개해야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문화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해를 거듭할수록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 마케팅의 특성을 지닌 문화예술 마케팅 분야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문화예술 마케팅 활동은 크게 두 가지 방법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데, '문화예술을 위한 마케팅'과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문화예술 마케팅의 전개 양상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문화예술을 위한 마케팅(Marketing for Cultural Arts)은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문화예술작품이나 문화예술 콘텐츠의 예술적 중요성을 인정하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그 가치를 알리고, 문화예술의 소비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전개하는 일련의 마케팅 활동이다.

예컨대, 글로리아오페라단은 창단 26주년 기념작 <마농 레스코>의 예술의전당 공연(2017)을 앞두고 문화예술을 위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이때는 문화예술작품을 널리 알리는 방법을 찾고 티켓 판매를 활성화하는 활동 자체가 마케팅의 목적이 된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를 비롯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시도하는 문화예술 마케팅 활동이 대체로 이 범주에 해당된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예전에는 클래식을 비롯한 고급 문화예술작품 위주로 마케팅 전략을 기획했다면, 최근에는 대중적인 문화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문화예술작품을 향유하는 소비자 계층이 증가했고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숫자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더 좋은 작품을 더 많은 관객이나 관람객과 만날 수 있게 하는 방안들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화예술을 위한 마케팅 활동은 갈수록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 글로리아오페라단의 <마농 레스코> 공연 포스터 (2017)

문화예술을 위한 마케팅과는 달리,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Cultural Arts for Marketing)은 기업에서 문화예술작품이나 문화예술 콘텐츠를 마케팅 활동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이다. 기업에서는 보통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자사의 브랜드 촉진 활동에 문화예술작품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문화 혜택 제도를 실행한다. 이처럼 기업의 필요에 따라 문화예술을 브랜드 촉진 활동에 활용하는 사례 모두가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에 해당된다.

이제, 기업 활동에서 문화예술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 보편적인 추세가 되었다. 기업에서 문화예술 공연을 후원하는 경우는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업에서 메세나(Mecenat, 기업의 문화예술계 지원을 총칭하는 용어) 활동을 전개하거나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를 후원하는 경우도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의 사례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는 기업이 문화예술을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5S의 맥락에서 문화예술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문화적 이미지를 상품이나 기업 이미지와 연관시켜 광고 PR과 판촉 활동에 활용하는 문화판촉(Sales),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나 스폰서십처럼 이미지 제고를 위해 기업이 문화 예술을 지원하는 문화지원(Sponsorship),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문화적 이미지를 체화시켜 경쟁사의 상품과 차별화시키는 문화연출(Synthesis), 새롭고 독특한 문화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문화기업(Style), 기업에서 국가의 문화적 매력을 후광 효과로 활용하는 문화후광(Sprit)이 그 다섯 가지다.

'문화예술을 위한 마케팅'과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 중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든, 문화예술 소비자들(고객)이 기대하는 접점이나 매개체는 문화예술작품이다. 서비스 마케팅에서 분화된 문화예술 마케팅은 앞으로 계속 발전하며 그 영역을 확장해나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는 문화예술작품의 창작과 보급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아 '문화예술을 위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예산으로 공략하는 기업의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 활동 앞에서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기 십상이다.

기업의 문화예술 마케팅 활동 속에 묻히지 않으려면,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는 주어진 예산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차별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된 전략을 현실적으로 유용한 맥락에서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활동이 중요하다. 문화예술 소비자의 소비 행동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마케팅 아이디어가 절실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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